'수지 김 피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남편 윤태식씨가 국가정보원과 정치권 등에 로비자금을 뿌렸으며 이를 통해 자신의 회사를 확장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지검 특수3부(차동민 부장)는 19일 벤처기업 P사의 대주주인 윤씨가 20억원대의 회사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포착,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특히 'P사 자금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갔고 이들의 비호를 받아 급성장했다'는 의혹과 관련,윤씨가 유용한 자금의 구체적 사용처를 캐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누가 로비받았나 =검찰 관계자는 이날 "지난 5일 금융감독원이 P사와 윤씨를 증권거래법 위반 및 주금가장납입 등의 혐의로 고발해와 수사에 착수했다"며 "윤씨가 주식으로 로비를 했다는 첩보도 있어 계좌추적 작업과 함께 주주명부 및 회사자료를 입수,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윤씨의 벤처기업이 급성장한 배경과 관련, 한달전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면서 "윤씨의 배후에는 상당수 정치인이 연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서는 한나라당 H의원, K 전 의원, 민주당 L.S 전 의원과 장관을 역임한 B씨 등이 거론되고 있다. ◇ 국정원 =검찰은 정계 인사들 외에 수지 김 사건으로 윤씨와 인연을 맺어온 국정원 관계자들도 수사선상에 올려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씨는 최근 수지 김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법정에서 "P사와 관련해 언론에 노출될 때면 국정원 관계자들이 전화를 걸거나 찾아와 종종 주의를 주곤 했다"는 진술을 했다. 검찰은 또 지난 99년 윤씨가 P사의 생체인증 기술에 대한 시연회를 국정원에서 갖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서욱진.정대인 기자 venture@hankyung.com ----------------------------------------------------------------- [ 윤태식씨 누구인가 ] 윤씨는 98년 보안솔루션 회사를 설립한 이후 일약 업계의 총아로 떠오른 벤처 1세대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정보통신.보안분야와는 동떨어진 그의 경력과 사기.폭력 등 범죄전력으로 인해 그의 벤처 성공신화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P사의 주식 51%를 소유한 윤씨는 산하 기술연구원장으로 재직하면서 회사 경영에도 간접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주식은 한때 장외시장에서 최고 80만원까지 치솟았으며 지난 7월에는 미국 유수 회사를 전격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윤씨는 지난달 13일 수지 김 사건과 관련해 87년 홍콩에서 자신의 부인인 수지 김(본명 김옥분)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