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엔론 파산신청 이후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 있어서 더욱 신중한 입장을 취할 방침이다. 10일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무디스는 엔론의 파산 이후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파급 효과를 감안,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키로 결정했다. 이같은 무디스의 변화는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촉발하는 연쇄 효과를 염두에 둔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97년 아시아 금융위기때 무디스는 S&P에 이어 한국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외국계 자본의 대거 이탈을 야기한 바 있다. 또 최근에도 자금난에 처한 미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 경쟁업체인 다이너지와의 구제금융 협상이 결렬되자 무디스를 비롯한 신용평가기관은 일거에 신용등급을 하향조정, 엔론은 결국 파산에 직면한 바 있다. 특히 엔론과 다이너지의 협상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무디스 등 신용기관의 신용등급 하락은 다이너지의 책략에 넘어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주장은 무디스를 비롯한 S&P와 피치는 JP 모건 등 3개 금융기관과 다이너지 그룹과의 제휴를 통해 회사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던 엔론의 협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는 것. 엔론측도 다이너지가 자사를 인수하겠다며 협상을 벌이다 막판에 발을 빼는 수법으로 경쟁사인 엔론을 제거하려 했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현재 엔론은 다이너지를 상대로 100억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식통들은 또 엔론은 다음주께 최종적으로 협상 파트너를 선정한 뒤 협상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이에 대해 "향후에는 신용등급 하향조정 이후 야기되는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처할 수 있는 회사의 능력도 고려할 방침"이라며 "이것은 사태 초기에 회사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penpia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