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임오(壬午)년 새해의 화두는 단연 "선거"다. 6개월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1년후에는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대권을 향한 "용"들의 전쟁은 이미 불을 뿜기 시작했고,도지사와 시장자리를 노리는 정치지망생들의 물밑 줄대기경쟁도 한창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통령 후보는 4천억원,도지사 후보는 40억원 이상을 동원해야 당선을 기대할수 있다는 이른바 "4당3락"설이 벌써부터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가 아직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 지금 때마다 되풀이 되는 잘못된 관행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눈빛은 곱지가 않다. 선거정국을 겨냥한 여야간 기세싸움이 계속되면서 내년 예산안은 이미 처리시한을 넘겼고 민생법안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노조의 반대로 철도 가스 주택 등 공공부문 개혁이 원점을 맴돌고 있으나,정치권은 이익단체들의 눈치만을 보는데 급급해 오히려 집단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기현상 마저 나타나고 있다. 얼마전 일부 양곡유통위원들이 추곡수매가 인하건의가 묵살되자 사의를 표명한 것도 농업문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린데 대한 항의표시인 것이다. 때문에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표출된 사회적 혼란이 내년에도 재연될 경우 "제2의 IMF"가 올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권이 바뀔때 마다 각종 규제와 "빅딜"(사업 맞교환)로 곤욕을 치뤄온 대기업들은 예정된 정치인들의 "손내밀기"에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이 태산 같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 관계자는 "여야의 차기 대통령후보가 결정되면 기업들에게 협조를 요청해 올 것이 뻔하다"며 "얼마나 내놔야 눈밖에 나지 않을지 많은 기업들이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나아가 "빅딜 신드롬"을 호소하는 기업인들도 있다. 자칫 줄을 잘못 섰다가는 기업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5공화국 시절 국제그룹이 집권층에 믿보여 파산의 길을 걸었고,국민의 정부 들어서도 애써키워온 사업을 빅딜로 넘겨야 했던 기업이 적지 않았다. 양대선거를 앞두고 기업들이 경영보다는 정치권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사실 정치는 그동안 경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걸림돌이었다. 정치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은 막대했지만 그 결과는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집권후반기에 접어들면 대통령병의 확산과 함께 "고비용 저효율"적 현상이 사회전반에 만연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진념 경제부총리가 최근들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있다"며 수차레에 걸쳐 불만을 표시한 것도 경제위기에 대한 자기방어만은 아닌 것이다. 이현재 전 국무총리는 "기업개혁에 앞서 정치를 먼저 개혁해야 했다"며 "이런 의미에서 국민의 정부가 추진한 개혁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 했다. 강봉균 KDI(한국개발연구원)원장은 "한국경제의 장기성장을 위해서는 고비용 저효율적 정치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돈안드는 선거와 정치체제 구축 정책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당기능 개편 등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정치와 경제는 동전의 앞뒷면이다. 정치가 후진적 구조를 벗어나야 경제도 잘 흘러갈수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양대선거를 앞두고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는 주제로 연중 캠페인에 나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