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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를 바꿔야 '경제'가 산다] 1부 : (1) '금융실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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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준비안된 '금융실명제' ] 김영삼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외환위기로 인해 '금융실명제'란 치적(治績)이 가려진 점을 가장 억울해했다. 일본이 아직 제대로 시행조차 못했고 미국에선 2백년 걸려 관행으로 정착된 실명제를 '내가 했다'는 자부심이 그만큼 강했던 것이다. 그러나 철저한 설계와 시공.감리가 요구되는 특단의 제도를 단칼에 무 자르듯 해치운 것이 제대로 순항할 리 없었다. 정치 논리에 의해 준비도 없이 단행된 금융실명제는 지금도 부분 부분을 땜질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금융실명제는 1993년 8월12일 오후 8시를 기해 전격 단행됐다. 지난 72년 '8.3 사채 동결' 이후 경제.사회적 충격이 가장 컸던 조치로 기억된다. 실명제가 먼저 거론된 것은 1982년 장영자 사건 때부터다. 당시 국회는 '금융실명거래에 관한 법률'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법률 3조에 '86년 이후 대통령령이 정하는 시기에 실시한다'는 단서를 붙여 즉각 시행하지 않았다. 명분론(경제 투명화)보다 현실론(경제 충격)이 앞선 결과였다. 전두환 정권은 86년이 되자 다시 '92년 이후'로 시행을 미뤘다. 이어 87년 대선 때 노태우 후보는 실명제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그 역시 90년 4월 경기침체 등 현실적 이유를 내세워 실시를 유보했다. 실명제는 이처럼 10여년간의 난산을 겪었다. 미국이 2백년 걸렸듯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을 사안은 결코 아니었다. 그러나 YS는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실명제를 강행했다. YS는 집권 전부터 실명제를 개혁 이미지를 심는 필수 요건으로 염두에 뒀었다. 실명제 작업에 깊숙이 관여했던 한 정부 인사는 당시 결정 과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YS는 93년초 법무장관에게 실명제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법무부의 검토 결과는 '시기상조'였다. 그러자 YS는 홍재형 당시 재무장관을 '칼국수 점심'에 불러 독대하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실명제를 해야겠는데…'라고 운을 띄웠다. 그 해 7월 재무부는 철저한 보안 속에 실무팀을 해외출장 간 것처럼 꾸미고 전세로 얻은 과천 주공2단지 아파트(505동 304호)에 한달간 합숙시켰다. 파장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언제 어떻게 깜짝쇼를 하느냐만 정한 꼴이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직후 재무부는 무조건 기업 부도사태를 막기 위해 은행 팔목비틀기(무제한 대출)에 나서는 등 1주일동안 땜질식 보완 대책만 6건을 내놓아야 했다. 뒤이은 대내외 경제여건도 좋지 않았다. 중국이 94년부터 개방 노선으로 전환하면서 일본(기술.자본)과 중국(저임금)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이는 곧 무역 적자로 나타났다. 때문에 실명제는 한때 경기 침체의 주요인인 양 비난받기도 했다. 실명제가 경제의 선진화를 위해 필수적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철학도 없고 준비도 없는 깜짝쇼로 출발한 YS 정권은 종국에 환란의 수모를 겪어야 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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