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업계가 내년에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대통령선거 지방자치단체선거 등 종이 수요를 촉발할 대형 호재가 4개씩이나 겹친데다 경기회복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다만 하락 일로를 걷던 펄프 가격이 소폭이긴 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섰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종이 수요 얼마나 늘까=대선 등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종이 수요가 늘어난다. 한솔제지는 정치 및 스포츠분야 대형 이벤트와 제지 수요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하나의 이벤트가 2∼3%씩 특수를 불러온다고 자체 분석했다. 한솔제지는 물량 기준으로 봤을 때 △월드컵 4만t 이상 △아시안게임 2만t 이상 △대선 3만t 이상 △지자체장 선거 2만t 이상이며 총계로는 11만∼13만t 수준의 특수가 내년에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국내 인쇄용지 수요는 대략 1백20만t이기 때문에 4대 호재로 인한 특수가 10% 안팎에 이를 것으로 관측했다. 제지업계는 경기 침체기인 올해 인쇄용지 수요 증가율이 3%인 데 반해 내년 상반기에 경기 저점을 통과한다는 전망이 우세해 총 인쇄용지 수요 증가율은 13% 플러스α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지업체들 행보 빨라져=한솔제지는 내년 수요 급증을 준비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현재 93% 수준인 공장가동률을 대폭 높여 풀가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해외 수출물량을 줄여 국내로 돌리는 방법도 검토하고 있다. 신무림제지 한국제지 등은 사상 최대 이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경영 목표를 대폭 높여 잡고 있다. 이원수 신무림제지 사장은 "다소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내년에도 올 하반기 정도의 실적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무림제지는 내년 실적 목표치를 매출액 4천억원,경상이익 3백억원 수준으로 잡았다. 경상이익의 경우 올해 예상치 2백억원보다 50%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크아웃 업체인 신호제지도 내년 영업이익을 사상 최대로 높이고 차입금을 대거 상환해 워크아웃 탈피를 가속화하는 방안을 짜고 있다. ◇단 하나 변수는 펄프가격=인쇄용지 업체들이 출혈 경쟁을 자제하고 있어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문제는 국제 펄프가격이다. 북미산 국제펄프 고시가격은 지난 8∼9월 t당 4백50달러의 바닥권을 벗어나 최근 4백80달러 수준으로 상승했다. 북미 및 스칸디나비아의 대형 펄프업체들은 이 가격을 내년 중반께 5백50달러 수준으로 올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경우 펄프가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국내 업체의 수익성은 다소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지 수출가격은 가격 인상이 가능하지만 국내 판매가격 인상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한솔 신무림 신호 등 대형사들은 펄프가격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인쇄소 등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판매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