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경제연구원장들은 아직까지 미국 등 세계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므로 정부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확장적인 재정·통화정책을 펴야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특히 내년엔 대통령 선거 등 굵직한 정치일정이 잡혀 있는 만큼 정치논리에 경제정책이 휘둘려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았다. 또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신속히 마무리짓고 기업의 투자의욕을 저해하는 규제를 완화할 것을 주문했다. 진념 부총리와 강봉균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5명의 국책 경제연구원장들은 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오찬간담회를 갖고 내년도 경제운용 방향에 대해 이같이 논의했다. 강봉균 원장은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내년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는 확장적인 재정·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며 "부문별 내수 진작대책도 적극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상시 구조조정 시스템에 따라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특히 "내년엔 정부가 정치일정이나 정파에 상관없이 중심을 잡고 정책 일관성을 유지해 나가면서 원칙을 고수하는 '탈(脫)정치 경제운영'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의 법인세 폐지.인하 논쟁과 관련, 송대희 조세연구원장은 "대체 세원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법인세를 폐지하는 것은 무리"라며 "법인세를 내렸을 때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는 정도도 미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율에 집착하지 말고 공적자금의 집행.운용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경기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며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들간 공정경쟁을 유도해 기업 활력을 북돋워야 한다"고 밝혔다. 정해왕 금융연구원장은 "가계부문 대출의 부실화를 예방하기 위해 은행간 과당경쟁을 억제하고 개인 여신관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운열 증권연구원장은 최근의 주가 상승과 관련, "아직까지는 약세장의 연장선상에서 일시적인 유동성에 따라 강세장이 연출되고 있는 '베어랠리(Bear Rally)'의 성격이 강하다"며 "그러나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우리 증시의 향방은 미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시기와 국내 펀더멘털 개선에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국책연구기관들은 대체로 내년 연간 경제성장률을 3∼4%대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