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건설 소비에서부터 반도체 가전 등 주력 산업에까지 회복 기미가 완연하다. 저금리 정책, 재정지출 확대 등 경기 부양책이 먹혀들기 시작했고 때맞춰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 다른 신흥시장국과의 차별성이 더욱 부각됐다. 증시 활황으로 '부(富)의 효과'가 더해지면 국내 경기는 당초 정부가 예상한 내년 2.4분기보다 더 빨리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건설 등 내수만으로 경기를 부추기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성장 엔진인 수출 생산 투자가 조속히 정상화돼야 잠재 성장률(4%대) 이상의 경제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 건설.소비가 견인 =소비와 건설이 앞에서 끌고 전통산업이 뒤에서 미는 양상이다. 9.11 테러 이후 움츠러들었던 소비는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회복세가 뚜렷하다. 지난달말 시작된 백화점 연말 세일에선 30% 이상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외제 차나 대형 가전제품 등은 특소세 인하 덕에 판매가 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4년간 극심한 불황을 겪은 건설경기는 모처럼 호황을 맞고 있다.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건축허가면적이 지난 10월말 현재 21%, 건설공사계약액이 29.7% 각각 증가했고 불도저 굴삭기 등 주요 건설장비 가동률은 4년만에 50%선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시멘트 철근 등 건자재는 비수기에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최근 서울 11차 동시 분양에 11만명이 몰릴 만큼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분양 시장에서 북적대고 있다. ◇ 주력 산업의 선전(善戰) =실질적인 경기회복 기대감은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모아진다. 삼성전자 하이닉스가 반도체 출고 단가를 인상했다는 소식이 증시 종합주가지수를 한때 710선까지 밀어올린 원동력이 됐다. 미국 최대 경제 TV채널인 CNBC는 6일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가격인상 영향으로 (미국 증시의) 반도체주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매 시간 보도할 정도다. 자동차 조선 등 전통산업은 침체경기 속에서도 수출의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했다. 산자부는 "수출이 지난 7월을 저점으로 바닥을 다져왔으며 11월에는 약하지만 회복 기미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12월 수출은 감소율이 한자릿수로 축소될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 조기회복 요인은 =무엇보다 산업 포트폴리오 면에서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 4용(龍)중 자동차 조선공장이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정보기술(IT) 불황으로 규정되는 세계경기 침체 속에서 한국의 차별성이 부각된 셈이다. 여기에다 적극적인 재정 집행과 감세, 금리 인하도 추락하는 경기를 되돌리는데 일조했다. 미국계 증권사인 리먼브러더스가 '과잉 대응'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각론에선 건설 내수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도 한몫 했다. ◇ 반짝경기인가 활황신호인가 =정부나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대부분 한국 경제의 본격 반등 시기를 내년 2.4분기께로 잡고 있다. 현재 경기가 바닥임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만 'V'자냐 'U'자냐의 차이가 있다.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는 "적어도 더 나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경기 흐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건설 소비로 지탱되는 경제는 거품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무엇보다 수출과 투자가 되살아나야 앞으로 경기를 낙관할 수 있는데 수출은 미국 경기에 달려 있고 투자는 수출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강현철.오형규.김태완.김홍열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