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의 인도네시아산 골프볼이 국내 볼 유통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는 일본 던롭사의 'DDH'볼 한 다스(12개 짜리)가 2만5천∼3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 볼은 다른 볼 가격의 절반 수준으로 싼데다 유명브랜드라는 이유로 최근 들어 골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이 볼들이 전부 인도네시아산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 볼을 판매하는 중간상인들이 교묘하게 인도네시아산이라는 사실을 감춘 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산 DDH볼을 판매하는 중간상은 3군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원산지 표시를 거의 보이지 않는 곳에 해놓아 소비자들이 일본산인지 인도네시아산인지 바로 구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일본산은 박스 외부에 확실하게 원산지 표시가 돼 있다. 일본에서 들여오는 DDH볼의 가격은 5만원 안팎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들이 볼을 저가로 넘겨 국내 볼 업체들이 심각한 경영타격을 입고 있다는 데 있다. 국내 최대 골프볼 생산업체인 (주)흥아타이어의 박원훈 이사는 "최근 인도네시아산 볼이 싸게 들어오는 바람에 무리하게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며 "볼 1다스의 도매가격이 작년 2만2천원에서 올해는 1만6천여원대로 떨어져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국내 볼 생산업체는 생산중단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일본 DDH볼을 수입판매하는 삼협교역 이성언 이사는 "인도네시아산 DDH볼은 일본에서 사용하던 노후된 설비를 이전해 생산하고 있어 불량률이 높고 마무리 처리가 되지 않아 거리와 컨트롤 면에서 일제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에는 중국산 '나이키'볼까지 저가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어 시급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