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빨리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여간 다행이 아니다. 3분기 경제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1.8%를 기록한데 이어 전경련이 발표한 1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101.3으로 5개월만에 처음으로 100선을 넘어섰다. 경기지표만 좋아진 것이 아니라 체감경기 상승도 곳곳에서 느껴진다.지난달 말부터 특소세인하 혜택을 본 자동차와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연말을 맞아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매출이 크게 늘었다.엊그제 서울시 아파트 11차 동시분양에서는 10만명이 넘는 청약자들이 몰려 들어 그중 몇곳은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저점 통과여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적어도 국내경기가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이같은 전망은 9·11테러사태로 움추러든 민간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고 건설경기도 활발한데다,정부도 적극적으로 경기부양책을 펴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그리고 외국인 매수세 유입으로 종합주가지수가 700선에 바짝 다가섰고, 뉴욕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이 연일 강세를 보이는 것도 주가가 경기선행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낙관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 3분기 경제성장에 대한 재정기여율이 절반을 넘는데서 알 수 있듯이 내수경기 회복세는 자생력이 약하다. 무엇보다 수출과 설비투자가 여전히 침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걸림돌이다. 미국의 경우 10월 개인소비지출 증가율이 사상 최대인 2.4%를 기록한데 반해 11월 소비자신뢰지수는 7년 9개월만에 최악을 나타내는 등 경기지표가 엇갈리고 있다. 게다가 국제유가나 달러환율 등 주요 경제변수들의 움직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OECD나 IMF 같은 국제기구들이 내년 세계경제 전망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경기국면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고 판단되지만 당장 급격한 경기회복을 기대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은 모처럼 살아나기 시작한 내수경기를 전체 실물경기 회복세로 이어지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심리를 호전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공기업 민영화를 비롯한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불법·과격쟁의를 엄중히 단속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당국은 앞으로 1년이 우리경제의 앞날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고 시장지향적인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