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미국 네이버스사와의 매각협상이 결렬된 뒤 해결방안을 잃고 표류하던 한보철강[01920] 처리문제가 5년만에 가닥을 잡으면서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의 출발점이었던 한보철강은 97년 1월 부도 이후 5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부채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표류를 거듭했지만 권호성중후산업 회장이 이끄는 AK캐피털이 낙찰예정자로 선정됨에 따라 일단 매각의 실마리를 찾게됐다. 자산관리공사는 지난달 30일 매각 대행사인 리먼 브러더스 주관으로 공개입찰을실시한 결과, AK캐피털이 다국적 곡물기업인 카길이 주축인 CHB스틸에 비해 나은 조건을 제시해 낙찰 예정자로 선정했으나 두 회사 모두 자금조달 능력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혀 최종 낙찰까지는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엔 진짜 매각되나 = 자산관리공사는 6일까지 채권단의 서면 동의를 받아8일 법원의 인가가 나면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최종 낙찰자는 곧바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 45일 이내에 본계약을 맺게되며 계약 성립후 90일 이내에 자금확보방안 확약서를 제출하면 매각작업은 완료된다. 그러나 당장 채권단의 동의와 법원의 인가 여부는 물론 본계약 체결시까지 최소45일, 최대 90일간의 실사과정이 남아 있어 이 과정에서 어떤 변수가 불거져 나올지아직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특히 자산관리공사가 "입찰 2개사 모두 평가기준을 전부 만족시키지 못했고 제안서도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능력을 입증할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지적한 점은 향후 매각절차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본계약 협상중 매도자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데도 계약체결을안하는 경우 낙찰자는 계약보증금 1천만달러를 포기한다는 조건을 달아 구속력을 강화해 놓고 있다. ◇매각가격 얼마나 될까 = 당초 5조원 이상이 투입된 한보 당진공장의 매각 가격에 대해서는 지난해 미국 네이버스 컨소시엄과 체결했던 4억8천만달러(6천억원)이상은 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국제 철강시황이 침체돼 있는데다 한 때 한보철강 인수의사를 밝혔던 INI스틸,동국제강, 한국철강 등 비중있는 업체들이 모두 빠져 제값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전망이다. 인수 희망가격이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적극적인 인수의지를 보이고 있는 AK캐피털측의 권호성 회장도 지난해 네이버스측의 파트너로 참여했다가 가격을 이유로계약을 파기한 적이 있어 무리한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업계에서는 120만평에 이르는 당진제철소 부지만도 약 3천600억원(주변 고대공단 분양가기준)에 달하고 정상가동중인 A지구 철근공장(연산 100만t)의 건설비용만도 3천억원 이상이 들기 때문에 4천억원 이하로 내려갈 경우에는 `헐값 매각' 시비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완전가동이냐 부분 정상화냐 = 철강업계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충청남도 당진군 송악면 고대리에 위치한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A지구에는 연간100만t 규모의 봉강(철근)공장과 180만t 규모의 협폭열연코일 공장이 건설돼 있다. 열연코일 설비는 시황악화로 98년 7월1일부터 가동 중단됐고 부도 당시 3천90명이던 근로자도 지금은 646명으로 줄었다. 봉강공장은 지난해 3천200억원의 매출에 2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도 3분기까지 2천600억원의 매출에 10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수익성이 좋은 것으로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5년 착공한 B지구는 코렉스 및 제강 냉연, 열연공장 등이 포함된미니제철소 설비가 놓여 있으며 200만t의 냉연코일 생산이 가능하나 자금난으로 공정 69% 상태에서 건설 자체가 중단됐다. 자산관리공사는 공장 가동 문제를 인수자측에 완전 일임해 놓고 있어 인수자의최종 판단만이 부분 또는 완전 가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AK캐피털은 지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완전 정상가동'을 공언하고 있지만 B지구 냉연 및 코렉스 설비까지 포함한 완전정상화는 무리라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공정률 69%에 불과한 B지구를 복구하는데는 최소 1조8천억원 이상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A지구의 일부 정상화만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 될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창섭기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