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해라는 희망속에 맞았던 2001년도 어느덧 꼬리만 남기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 속에 도시에서는 다가오는 새해에 기대를 걸어보는 소시민들의 조촐하고 차분한 송년모임들이 서서히 눈에 띄고 있다. 그러나 유례없는 대풍을 맞고서도 추곡수매가 제대로 안되고 농산물값이 폭락한 농촌지역에서는 그 어느때보다 우울한 송년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부산 부산지역의 경우 월드컵 본선 조추첨행사에 편승해 해운대를 중심으로 다소 들뜬 분위기다. 그러나 정작 조추첨행사가 끝나고 연말이 되면 이같은 분위기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해운대지역 호텔들중 23, 24, 31일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100%에 가까운예약률을 기록하고 있다. 웨스틴조선비치호텔의 경우 현재까지의 예약률 등을 감안할 때 12월 주중에는 객실 점유율이 60%도 기록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주말에는 80%선 까지올라가 전반적으로 예년에 비해 손님이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호텔 연회장 사용은 동문회 등 소규모 모임은 꾸준한데 기업체들의 행사가 줄어들면서 지난해에 비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구 연말을 맞아 대구시내 호텔 연회장의 예약이 대부분 완료돼 경기가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지만 지역 경기지수는 여전히 침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연말특수가 일부 계층의 과소비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구 남구 P호텔과 수성구 G호텔 등 시내 호텔 연회장은 다음달 주말 예약률이 100%에 달하고 평일도 90%를 넘어서는 등 예년에 비해 예약률이 5-10% 포인트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경주 보문단지내 특급호텔과 콘도미니엄도 연회장 예약률이 70-90%를 보여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손님이 10-15% 늘었으며 다음달초에는 100%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구.동아백화점 등 지역 백화점 업계도 정부의 특별소비세 인하 등의 영향으로연말 매출이 지난해에 비해 한 자리수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반도체 호황으로 국내경기가 회복 기미를 보이지만섬유업이 주력업종인 대구지역은 산업구조상 경기 회복이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말 `반짝' 특수는 경기회복 기대심리에 따른 일부 계층의 소비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제주 제주도내 크리스마스 및 신년 연휴기간 관광호텔 객실 및 연회장 예약률은 경기침체와 테러사태 등의 여파로 지난해 수준보다 10% 이상 밑돌 전망이다. 현재 제주시 그랜드호텔의 경우 객실예약률은 크리스마스 연휴 40%, 신년 연휴40∼90%로 지난해 이맘때 예약실적인 크리스마스 연휴 80∼100%, 신년 연휴 평균 93%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크라운플라자호텔도 현재 객실예약률이 크리스마스 연휴 30%, 신년 연휴 54∼78%로 지난해 예약실적인 크리스마스 연휴 94%, 신년 연휴 84∼92%에 비해 훨씬 낮은수준이다. 서귀포시 풍림콘도미니엄도 지난해 이맘때의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 예약실적이 100%에 달했으나 올해 예약률은 크리스마스 61%, 신년 28%로 훨씬 밑돌고 있다. 호텔 연회장의 연말 연시 송년회 예약 건수는 그랜드호텔 10건, 크라운플라자 12건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5건, 4건이 적고 제주KAL호텔은 37건으로 지난해와 같은수준이나 문의가 뜸해 더 이상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대전 대전 유성의 대표적 호텔 중 하나인 유성호텔의 경우 13개 연회장의 다음달 예약률이 이미 90%를 웃돌아 올해 마지막주 며칠분 예약이 비어 있을 뿐이나 예약문의 전화는 하루 10통 정도가 잇따르고 있다. 다만 내년 월드컵 대비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리베라호텔의 경우 대연회장 4개에 대한 다음달 첫째, 둘째주 예약이 완료됐을 뿐 나머지 기간에는 아직 여유가 있어 60% 가량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기간(23-25일) 이들 두 호텔의 객실 예약률은 9.11 미국테러 참사 이후 일본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예년에 비해 다소 낮은 50% 안팎을 기록하고있다. ▲충남 충남 서산지역의 송년 분위기는 올해 추곡 수매가 제대로 안되고 김장용 채소값마저 폭락하면서 매서운 겨울 추위만큼이나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 지역에서는 올해 9만9천여t의 벼가 수확돼 유례없는 대풍을 이뤘지만 정부와 농협 등을 통해 수매된 2만8천여t을 제외한 나머지 벼가 농가 창고에 그대로 쌓여농민들의 한숨이 가득하다. 애써 가꾼 채소밭에서도 가격 폭락으로 아예 수확을 포기한 양배추와 김장용 무.배추가 그대로 썩어 들어가고 있다. 재배 농가들은 올해 3만3천t의 김장용 배추를 생산, 그나마 계약재배로 정부와 농협에 넘긴 1천295t(3.9%)을 제외하고는 지난해의 절반값에도 못미치는 포기당 100원 미만에 `울며 겨자먹기'로 중간 상인들에게 넘기고 있다. 그나마 판로가 없어 뽑지 않은 배추와 양배추들은 밭에 그대로 방치돼 황량한 농가와 들녘은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올해 농기계 구입 등을 위해 농협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정책자금이나 일반 대출금은 고사하고 내년 농사를 위해 반드시 갚아야 하는 영농자금 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 농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시름만 가득한 농민들에게 송년 분위기는 이미 사치스런 이야기. 농민 안모(46.서산시 팔봉면)씨는 "도시 사람들과 달리 농촌지역은 송년분위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지만 사정이 이렇다 보니 김장용 채소 수확을 마친 뒤 동네사람들끼리 갖던 조촐한 송년 모임도 올해는 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 연말을 앞두고 송년분위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으나 농도(農都)인 전북지역의 농민들은 여느해보다도 우울한 연말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사상 유례없는 풍년속에 재고누적, 수매량 감축 등으로 쌀값이 떨어진데다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까지 겹치면서 한마디로 농촌지역에서 송년분위기는 거의 실종상태나 다름없다. 더욱이 최근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주관의 시.군 농민대회에 추수를 끝낸 농민들이 대거 참가하는 등 올 연말 농촌은 말 그대로 `폭풍전야'의 을씨년스런분위기다. 추수를 끝낸 일부 농가에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농사를 더 이상 지을 수 없다'며 논과 밭을 매물로 내놓는가 하면 논밭을 갈아 엎고 대체작물을 심는 등 경제난 타개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실제로 남원 운봉읍과 송동면에 사는 전모(53)씨와 이모(61)씨는 추수가 끝난뒤 농자금상환과 자녀의 학자금 마련을 위해 자신들이 평생 일궈온 논 각각 600여평과 2천평을 팔려고 부동산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다만 수년간 소값 하락으로 마음고생을 해온 도내 축산농가들이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소값으로 다소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문성규.박창수.정찬욱.정윤덕.임청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cob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