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에너지회사 엔론을 벼랑 끝까지 몰고간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9일 다이너지와의 인수합병 계획 발표 이후에도 지속된 주가 하락이다. 합병안 발표 직후 10달러대를 반짝 회복했던 주가는 연일 급락,합병 무산과 신용등급 하향 소식이 전해진 28일에는 1달러 밑까지 추락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엔론의 악화된 실적과 자금 상태다. 엔론의 붕괴는 지난 10월 중순 6억3천8백만달러의 3분기 적자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특히 1997년 이후 순익을 약 6억달러나 과대 평가했으며 막대한 규모의 부채가 실적에서 누락된 사실과 최고재무담당자(CFO)의 회계조작이 밝혀지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급속히 무너졌다. 엔론은 또 최근 16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혀 최소한 25억달러의 현금은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한 애널리스트들을 실망시켰다. 엔론은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등급하향과 합병무산에 자극받은 채권단들이 부채상환 날짜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엔론은 현재 1백30억달러의 부채를 지고 있고 내년말까지 갚아야 할 부채가 9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6백55억달러에 달하는 엔론이 파산신청을 하게 되면 지난 87년의 텍사코(당시 자산 3백59억달러)를 앞질러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전문가들은 엔론의 붕괴로 에너지 시장은 물론 엔론에 거액의 대출을 제공한 은행 업계에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