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겨울 斷想 .. 채수삼 <금강기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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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chae@diamond.co.kr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잔뜩 움츠린 채 종종걸음을 걷는 것을 보면 이제 겨울이라는 것이 더욱 실감난다.
어릴적 군불 지핀 아랫목이나 화롯가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겨울은 따스함이 항상 그리운 계절이다.
물론 최고의 따스함은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훈훈함이다.
오늘은 스스로의 광고적인 상상력을 한번 테스트해 보자.
여러분은 '겨울'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가.
'춥다'라는 단어밖에 안 떠오른다면 당신은 광고인이 안된 것이 정말 행운이다.
'구세군 냄비''크리스마스''군밤'등 단어로 이뤄진 것들이 5개 이상 떠오른다면 당신의 상상력은 평균 이상이다.
마지막으로 '성탄전야 미사 때 조용히 흔들리는 촛불''구세군 냄비에 동전을 넣고 뛰어가는 신문팔이 소년의 뒷모습''하얀 눈이 쌓인 길 위를 방금 지나간 힘찬 군화 발자국'등 문장형의 상상력을 가졌다면 당신은 유능한 광고인의 자질을 타고난 것이다.
이같은 판단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고 결코 정답이 있을 수도 없다.
왜냐하면 한 단어든,여러 단어든 아니면 문장이건 간에 그 사람의 '겨울'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겨울을 간단히 정의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겨울은 단순한 온도변화 이상의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읽은 책에서 겨울을 이야기하는 내용중에 '겨울이란 정(靜)이 동(動)을 키우는 계절'이라는 것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릎을 쳤다.
겨울은 동면(冬眠)의 계절이 아닌 내적인 자기 발전의 시기다.
한겨울의 움츠림은 스톱모션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에너지 모으기이며 잠자는 시간이 아닌 눈감은 숨고르기인 것이다.
나이테를 보라.
겨울에도 나무가 단단하게 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겨울은 따뜻한 계절을 생각하며 참아내는 추운 계절이 아니라 따뜻한 계절을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 자기 발전의 시간이다.
호황기에 불황기를 대비하고 불황기에 호황기를 준비하며 이겨내는 경영자처럼 이제 스스로 따뜻한 계절을 준비하는 겨울이 돼야 한다.
정이 동을 키우는 계절,바로 지금이 겨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