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겐 뢰플러 < 하나알리안츠 투신운용 사장 > 지난 7월 국회는 새로운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을 조용히 통과시켰다. 금융지인 유로머니는 최근호에서 '이 새로운 법 때문에 많은 금융전략 투자가들은 한국의 금융부문에 어떤 투자가 현명한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이것은 주요 외국은행·투자가들이 한국의 은행이나 금융회사에 대한 투자는 물론 기업대출까지도 중지하는 것이 나은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새로운 법에 따르면,위험에 처한 회사에 대해 채권자의 75%가 부채연장과 새로운 융자의 실행에 동의한다면,나머지 모든 채권자와 채권투자자들은 다수채권자와 같은 패를 내야만 한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채권자들은 다른 선택권이 있다. 그러한 구제책을 지지하는 다수채권자들에게 자신들의 채권을 시가에 매수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따라서 새로운 융자 실행을 피할 수 있다. 이러한 규제의 이면에 있는 입법자의 의도는 명백하다. 장황한 토론과 소수채권자들의 무임승차를 피하기 위해 다수의 결정(75% 이상)을 모두의 결정으로 묶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구조조정의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이며,기업이 어둠 속에서 오래도록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피하게 할 것이다. 비평가들은 새 구조조정법은 모든 채권자·투자가가 각자의 자금으로 행사 가능한 기본적인 경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 새로운 법은 명백히 주채권자들에게 유리하다. 주채권자들은 애초에 서툰 신용결정을 내렸던 장본인들이다. 그들은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기업들에 신용공여를 연장해 주었다. 그 결과 더욱 신중한 채권자들이 불이익을 당했으며,비교적 덜 신중했던 채권자들은 보호를 받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임승차의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소수의 채권자들은 종종 기업을 파산에 이르도록 압력을 넣으면서,더 많은 손해를 보게 될 다수의 채권자들을 협박하지 않는가. 한명 이상의 채권자를 갖는 것은 은행 뿐만 아니라 채무자에게도 이득과 동시에,만약에 있을 무임승차 문제와 같은 손해도 있다. 좋을 때에는 파이의 가장 큰 조각을 차지하면서 주채권자로서의 지위를 즐기고,상황이 나빠지면 다른 모든 사람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한다. 이것은 정직한 행동이 못되며,무임승차에 다름 아니다. 주채권자들은 기업에 대한 대출금을 충분히 대손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회생 불가능해 보이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파산을 막으려는 의도가 있다. 이렇게 공정하지 못한 다수채권자들에게 회사의 생존 가능성을 판단하게 함으로써 경제에 있어 자본배치를 왜곡하는 위험을 초래한다. 효율적인 자본배치는 경제번영의 필수요건이기에 정부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종종 현재의 긴박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경제전반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전망을 흐리게 만든다. 하지만 불공정하지는 말자.기업 구조조정법이 소수의 운명을 결정하는 다수의 권한만으로 구성돼 있지는 않다. 이 법은 소수채권자가 그들의 채권을 다수채권자들에게 팔고 떠나는 것 또한 허용하고 있다. 이것은 적절하고 공정한 해결책이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되팔리는 채권의 공정한 가격은 누가 결정하는가. 분명히 사는 사람은 아주 낮은 가격에 사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낮은 가격은 곧 다수채권자들이 그들의 전체대출금 또한 낮은 가격에 맞춰 대손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바로 다수채권자들이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론은 무엇인가. 다수의 표결을 존중하고 소수에게는 탈출의 선택권도 주는 이 새로운 법은 불공정하지도 않고 경제이론이 결여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유감스럽게도 이 법이 적용되어 해결되는 문제점보다 더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외국투자가들이 한국시장에서 떠나지는 않더라도 한국기업의 자본비용이 오르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불리한 반면,문제점이 많은 기업들은 유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결코 경제의 성공적인 미래를 확고히 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