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 직후 몇주 동안 뉴욕 맨해튼에선 택시잡기가 힘들었다. 승객이 갑자기 늘어서가 아니었다. 뉴욕에서 택시를 타본 사람은 누구나 느낄 정도로 '옐로 캡' 기사들의 상당수가 파키스탄 이란 등 중동지역 출신들. '혹시'하는 생각에 이들이 예전처럼 출근하지 못한 탓이다. 실제 학교에서도 이슬람권 학생들이 폭행당하는 사례가 많았다. 최근들어 직접적인 폭력행사나 살해위협은 다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는 눈에 보이는 현상일 뿐,실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미국-이슬람협회나 정부기관인 평등위원회에는 "능력을 인정받으며 멀쩡하게 일하다가 최근 아무 이유없이 해고당했다"는 중동지역 출신들의 탄원서가 하루에도 수십통씩 쏟아지고 있다. 차별은 이제 외국인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많은 한인교포들이 살고 있는 뉴저지주는 얼마전 1년 미만 단기체류자에 대한 운전면허 발급을 중단한데 이어 비시민권자들의 면허신청을 4곳의 차량국에서만 접수한다고 밝혔다. 구비서류도 까다로워졌다. 지금까지는 뉴저지주내 45개 차량국 어디에서나 간단하게 신청이 가능했다. 미국에서 운전면허증은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마찬가지의 역할을 한다. 반나절이면 딸 수 있었던 운전면허를 제때 받지 못해 발을 동동구르는 교포나 주재원들이 한둘이 아니다. 고용시장에선 아예 합법적인 차별이 가해진다. 의회는 최근 항공안전법을 강화하면서 공항안전요원은 시민권자만 채용한다는 규정을 삽입했다. 영주권자 등 비시민권자는 검색요원이 될 수 없게 된 셈이다. 아시안·아메리칸노동조합이 "한국인 등 많은 아시아 출신 영주권자들이 근무하고 있는 공항안전요원 자격을 시민권자로 제한하는 건 명백한 고용차별"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대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인이 40%이상 거주하는 등 미국에서 한국인 비율이 가장 많은 곳중 하나인 맨해튼 인근 팰리세이즈파크시의 시장이 "한국인들이 몰려살아 집값이 내려간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반공주의자가 아니면 모두 공산주의자로 몰았던 미국사회의 '매카시즘'이 다시 부는 느낌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