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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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는 은행나무와 함께 흔하고 가장 오래 사는 장수목이다.
산림청 조사에 따르면 국내엔 수령 1천년 이상된 노거수가 60여그루 있는데 그중 25그루가 느티나무(천연기념물 17그루)이고 은행나무가 20여그루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제주도 성읍리 느티나무는 수령 1천년이 넘는 노거수로 이름나 있다.
한국 자생종으로 수명이 길고,가지가 고르고 넓게 사방으로 퍼져 수형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넓은 그늘을 드리우는 이 나무는 시골마을의 정자나무로서 훌륭한 쉼터와 모임의 장소로 활용돼 왔다.
성황당의 당목(堂木)이나 신목(神木)으로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도 느티나무였다.
산림청이 최근 '밀레니엄 나무'로 느티나무를 선정한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이 나무는 요즘 가로수 공원수로도 많이 쓰인다.
목재는 결이 곱고 재질이 단단해 옛날엔 가구재 관재(棺材) 조각재로 널리 쓰였다.
느티나무를 흔히 괴목(槐木)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괴목은 콩과의 회화나무를 일컫고 느티나무는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것으로 한자로는 '규목(槻木)'으로 부른다.
영남에서 무늬를 살려 만든 홍자색의 '규목장'은 예부터 유명하다.
조선후기의 '경도잡지(京都雜志)'에는 사월초파일에 멥쌀과 새로 돋은 느티나무의 잎을 빻아 팥고물을 켜켜이 넣고 시루에 쪄내는 '느티떡'이 별미로 기록돼 있다.
'농가월령가'에도 나오는 계절식이다.
옛 문헌에는 가을에 이 나무의 열매를 따서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흰 머리카락이 검어진다고 하는 이야기도 전한다.
느티나무에 들어 있는 카달렌(Cadalene)이라는 약리성분은 폐암세포를 없애는데 탁월한 효능을 나타낸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산림청 임업연구원과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팀의 공동연구 결과다.
임상실험을 끝낼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일이긴 하지만 지난해 우리나라 암사망자 중 폐암이 1위를 차지했다는 통계청 집계를 보면 가볍게 들어 넘길 소식만은 아닌 것 같다.
널리 쓰이는 해열제 아스피린도 버드나무에서 추출한 '살리신'으로 만들어진 약이 아니었던가.
고광직 논설위원 kj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