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약 유치 등 이자수입 외 다른 목적으로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했다면 이 과정에서 보장받은 확정금리 이자는 인정받을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관행적으로 은행 특정금전신탁에 들때 부대조건을 협상하며 확정금리를 보장받아온 신탁가입자의 권리가 어떤 형태로도 보호받을 수 없다는 것으로 관련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금전신탁과 유사한 수익증권의 경우 확정수익률을 적극적으로 믿게 한 금융기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최철 부장판사)는 18일 교보생명이 "확정금리 확약을 받고 가입한 특정금전신탁 원금 3백억원과 확정금리 12.1%에 의한 이자를 지급해달라"며 평화은행을 상대로 낸 약정금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는 보장수익률이 아닌 진로쿠어스맥주와 진로종합식품으로부터의 보험 유치를 목적으로 신탁에 가입했다"며 원고 패소 판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피고와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할때 확정금리 보장약정을 맺었다고 하지만 이는 신탁업법에 위반되는 사항으로 계약 자체가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더구나 원고는 진로쿠어스맥주 등으로부터 보험계약을 따내려는 이해관계에 의해 신탁에 가입한 것이 명백한 만큼 보장수익률을 믿고 가입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교보생명은 지난 95년7월 진로쿠어스맥주 등으로부터 "단체보험에 가입할테니 대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기존 대출금 등 때문에 직접적으로 대출할 수 없게 되자 평화은행에 "이들 회사로부터 받은 보험료로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할테니 기업어음(CP)을 대신 사달라"고 제의했다. 이를 수용한 평화은행은 12.1%의 이자를 보장한채 교보생명으로부터 3백억원의 특정금전신탁 자금을 받아 진로종합식품 등의 CP를 샀다. 그러나 지난 97년 진로종합식품 등이 부도유예협약 적용 대상업체로 지정돼 CP상환이 어려워지자 신탁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주지 않고 기업어음을 되돌려주었다. 교보생명은 이를 받지 않은채 이같은 소송을 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