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16일 금융정책협의회에서 마련한 채권시장 안정대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한은이 시장에서 직접 국공채를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한은의 발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급한 '불'을 끄겠다는 것. 한은이 내놓을 수 있는 시장안정 대책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다. 한은은 또 이날 즉각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면서 돈을 풀었다. 사흘간 3조원을 금융시장에 살포할 계획이다. 매주 금요일에 실시하는 통안증권 창구판매도 중단했다. 오는 20일 통안증권 정기입찰(매주 화요일)도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그동안 한은이 시중자금 수위를 조절하는 공개시장 조작 수단으로는 RP 방식을 통한 채권 매매가 주로 활용돼 왔다. '채권 직접 매입'은 발권력을 동원해 채권을 사들이는 것이므로 물가를 자극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난 99년 10월 대우 사태가 터진 뒤 금융시장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국채 1조원 어치를 직접 사들인 사례가 있을 뿐 그 뒤로는 웬만한 시장 불안에도 한은이 직접 채권을 사들인 사례는 없었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수준으로 국공채를 매입하겠지만 규모는 밝힐 수 없다"며 "사들인 채권은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될 때까지 매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안정 여부는 절대적인 금리 수준보다 시장의 안정성이나 가격변동성을 기준으로 판단된다. 한편 정부와 한은은 이날 금정협에서 '실물 지표의 호전이 뚜렷이 가시화되지 않았는데 채권시장이 과민 반응을 보인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채권 금리의 단기간 지나친 상승에 우려를 표명하며 시장 상황을 계속 예의주시하기로 했다. 오형규 기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