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반도체 가격이 급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1주일 사이에 두배 가까이 뛰었다. 14,15일 이틀간 일부 품목이 주춤하긴 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상승 분위기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 반도체 관련주의 주가도 같은 기간 10~40% 상승했다. 반도체 값의 반등은 과연 일시적 현상인가, 아니면 구조적으로 대세 상승국면에 접어든 것인가. 반도체 가격의 상승은 수출을 비롯한 우리경제 전반에 청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추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D램값 얼마나 올랐나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거래되는 1백28메가 D램(1백33MHz 기준)은 15일 1.50~1.95달러에 시세가 형성됐다. 평균 거래가격이 1.61달러로 전날보다 4.50% 하락, 상승세가 8일만에 주춤하긴 했지만 지난 7일과 비교하면 무려 71%나 상승한 수준이다. 최고가 기준으로는 무려 95%나 올랐다. 2백56메가 D램(1백33MHz 기준)은 3.40~3.90달러에 거래됐다. 평균가격은 전날과 같은 3.52달러. 지난 7일과 비교하면 32% 상승했다. 1백28메가 DDR램은 전날보다 4.87% 오른 2.15달러, 2백56메가 DDR램은 2.04% 상승한 4.49달러로 반등세를 이어갔다. 현물가격의 급등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이 PC업체 등 대량 수요업체에 적용하는 고정거래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 고정거래 가격은 통상 현물시세보다 30%가량 높게 형성되는데 현재 고정거래가격은 1백28메가 D램이 개당 1.00~1.30달러, 2백56메가 D램이 3.10~ 2.50달러로 현물시세을 크게 밑돌고 있다. 현물가격이 고정거래가격을 추월한 만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D램 업체들은 현물가의 상승폭에 비례해 고정거래 가격의 인상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정거래 가격이 올라가면 다시 현물가격 상승을 유도해 가격상승의 선순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왜 오르나 =채권단의 금융지원 결정에 따른 세계 3위 업체 하이닉스반도체의 단기 유동성 문제 해결, 마이크론의 싱가포르 공장 감산,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유통단계의 브로커들과 중소 PC업체들의 구입물량 대폭 확대 등이 반등을 촉발한 주요 배경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더해서 삼성전자가 이같은 시장 분위기의 변화에 맞춰 가격인상을 시도하고 다른 D램 메이커들이 이에 동조해 반등폭을 넓혔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특히 마이크론의 싱가포르 공장 가동중단이 길어질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소문과 세계 D램 업계의 통폐합 움직임, 감산에 따른 심리적 요인 등이 맞물려 가수요를 부추긴게 D램 가격을 큰 폭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투기성 매매까지 발생할 정도로 거래가 과열양상을 보였다고 시장 참여자들은 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적으로도 D램 매출이 이미 지난 8월 바닥을 찍고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이를 PC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하고 있다. 일시반등이냐 대세 상승이냐 =D램 가격의 상승세가 14,15일 이틀간 주춤되면서 향후 전망에 대한 시각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분위기를 바꾸어 놓을 만한 뚜렷한 계기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현물시세가 지나치게 폭등했다는 점에 주목, 정상적 시장패턴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이상과열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D램 유통시장에서 발생한 일시적인 '잼(jam)'에 불과한 만큼 '더 두고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형 PC메이커들이 반도체를 대량으로 주문하고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점도 이상과열론의 논리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 퀘스트의 반도체 담당 앤드루 노드 분석가는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최근의 D램 가격 반등은 브로커들에 의한 투기적 가수요가 가장 큰 요인"이라며 "본격적인 D램 경기 회복은 2002년 2분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세 상승론자들은 PC에 탑재되는 총 메모리의 증가 윈도XP의 예상밖 선전 등을 예로 들어 수급이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PC에 장착되는 총 메모리 용량이 2분기 1백82메가 바이트에서 3분기 1백95메가 바이트로 17% 늘어났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사(MS)가 출시한 윈도XP가 윈도95에 버금가는 판매량을 보이며 PC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초 3.4분기에는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이 수요 대비 1백3.9대 1백의 비율로 우위를 보일 전망이나 4.4분기에는 91.9로 공급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건스탠리의 예측대로라면 D램 가격은 이달중 한 차례 조정을 거칠지는 몰라도 전반적인 상승기조는 그대로 유지해갈 가능성이 크다. 내년 경기회복에 대비, 대형 PC업체들이 투자확대 차원에서 고급물량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도 대세상승론을 뒷받침해 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로선 대형 PC업체와 D램 메이커 사이의 가격협상에서 고정거래가가 과연 얼마나 인상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