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규제완화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확정하는 작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정회의에서 민주당측은 정부가 제시한 대규모기업집단 기준(자산총액 5조원)을 보다 강화하라고 요청한 반면 한나라당은 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민주당간 의견차 여전=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재벌개혁 후퇴'라며 정부안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세균 의원은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하되 필요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지금 30대 재벌의 투명성,공정성이 미흡한 만큼 일단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3조∼4조원으로 강화한 뒤 개선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완화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출자총액제한제도와 관련,"출자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면서 "초과분 해소원칙을 지키되 해소시한을 내년 3월말에서 2년 정도 연장하는 게 좋겠다"고 절충안도 제시했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회의 브리핑을 통해 "일부 참석자들이 이견을 보였다"고 전했다. ◇과감한 규제개혁을=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정부측의 정책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아직도 미흡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의장은 "정부안을 좀 더 검토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임태희 2정조위원장은 사견임을 전제해 "재벌기준과 관련,어떤 기업은 5조원에 걸리고,어떤 기업은 채무보증 2조원에 걸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가 감시규제 체제를 유지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한나라당의 기본방침이 △대기업수 5∼10개 축소 및 단계 폐지 △총액출자한도 폐지 등인 점을 감안할 때 추가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자민련 정우택 정책위의장은 "정부의 규제완화안이 미흡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좀더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