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 협상의 막이 올랐다. 앞으로 채택될 뉴라운드 협상 결과는 기존의 우루과이라운드(UR)를 완전히 대체하는 21세기 새로운 세계 무역질서가 된다. 세계무역기구(WTO) 1백44개 회원국(중국 대만 포함) 대표들은 지난 14일(현지시간)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제4차 각료회의에서 뉴라운드 출범을 공식 선언하는 각료선언문을 채택했다. WTO가 내년 1월 말까지 '무역협상위원회(TNC)'를 설립하면 회원국들은 새로운 무역질서를 만들기 위해 오는 2004년 말까지 3년간의 협상에 착수한다. 당장 두가지 화급한 과제가 놓여 있다. 하나는 농업,서비스 등 시장개방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보다 넓은 세계시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점이다. 이는 협상전략의 문제다. 한국은 이미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기 어렵고 이는 협상과정에서 큰 제약이 될수 있다. 정부는 WTO 각료선언문이 발표된 15일 아침 즉각적으로 범정부적인 협상전략을 세우겠다고 밝혔지만 민.관 공동으로 전문가풀을 출범시키는 등 상응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루과이라운드 당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전략도 필요하다. 대내적으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정치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시장을 지키는 것이 한축이라면 다른 나라의 시장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방시켜가는 것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리가 얻어내야 하는 대목은 관세 및 비관세 장벽 제거에 따른 공산품 시장의 대폭적인 확대와 다른 나라의 무분별한 수입규제를 막을 반덤핑 협정의 개정이다. 특히 공산품 분야에서는 평균 관세율이 8% 정도인 우리는 별로 낮출게 없는 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인 중국 등 대다수 개도국의 관세율은 크게 낮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시장을 확대할 수 있는 양자간, 다자간 전략구사가 필요하다. WTO가 던져준 또 하나의 과제는 개방경제에 걸맞게 우리경제 각산업 분야의 고도화를 이루어내는 과업이다. 한계분야를 조속히 정리하고 낙후된 분야에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이루어내야 한다. 시장개방에 따른 파장이 우려되는 농수산업과 서비스업은 더욱 그렇다. 농업에서는 쌀 시장 개방을 비롯 주요 농작물의 관세인하 압력이 더세질 전망이고 수산업 분야의 정부 보조금 축소 요구도 어느때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미래가 지속적인 자유교역의 확대에 달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농수산물 등 일부 취약 산업 보호를 위해 다자무역체제를 벗어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개방을 최소화하는 것과 별도로 경쟁력 없는 산업분야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UR 이후 농업분야에 42조원이나 쏟아붓고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곤란하다. 대외적인 협상과 대내적인 산업구조 고도화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남은 시간은 3년이다. 민동석 통상교섭본부 뉴라운드담당 심의관은 "우리로선 지역주의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뉴라운드가 출범해 다자통상체제를 강화하게 된 것이 매우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시장개방에 따른 충격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충분히 고려해 본격적인 뉴라운드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