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빅맥의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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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프로야구 스타 마크 맥과이어(빅맥·38)가 은퇴했다고 한다.
부상으로 자기 기량을 발휘 못하자 "내가 받는 만큼 활약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지금 물러나는 게 구단과 팬들에게 진 빚을 갚는 길이다"며 떠났다는 보도다.
홈런 6백개 고지가 눈 앞에 있고 연초 구단과 3천만달러에 계약을 2년 연장한 만큼 성적에 관계없이 더 뛸 수 있는데도 결단을 내린 것이다.
맥과이어는 1986년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통산 5백83개(역대 홈런부문 5위)의 홈런을 쳐 베이브 루스 이후 최고의 백인 홈런타자로 군림해왔다.
98년엔 새미 소사와 세기적인 홈런 대결을 펼쳐 61년 로저 매리스가 세운 한 시즌 최다 홈런기록 61개보다 9개나 많은 70개를 쳐 미국은 물론 전세계 야구팬을 열광시켰다.
펠레 이후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혀온 디에고 마라도나(41)도 11일 은퇴경기를 한 데서 보듯 누구에게나 떠날 때는 오게 마련이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이형기 '낙화')라고 하지만 떠나야 할 때를 인정하기는 어렵고 설사 인정한대도 막상 떨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는 '성공은 얻거나 가진 것으로만 잴 수 없다'고 말한다.
맥과이어가 98시즌 이후 천문학적 액수의 스카우트 제의를 물리친 건 아들 매튜가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하거니와 라이시도 클린턴 정부 초기 노동부장관직을 사임한 건 가족을 위해서였다고 털어놨다.
"어느날 아침 막내가 아무리 늦게 와도 깨워달라고 졸라 이유를 물었더니 아빠가 집에 있는지 알고 싶어서라고 답하는 순간 관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웃을 비웃기도, 이웃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오만과 편견)는 제인 오스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람에게 이성적인 행동만을 기대하긴 힘들다.
인생의 정점 또는 미련이 남는 상태에서 그동안의 기회와 경험, 인간관계를 뒤로 하기 또한 수월치 않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때로는 빅맥처럼 훌훌 털 수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