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수출은 말고 축구만 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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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활동은 그만두고 축구경기나 보라는 얘기입니까.
한껏 기대했던 월드컵 특수를 누릴 수 없게 된다니 말이 됩니까"
월드컵이 열리는 내년을 최대의 특판 활동기간으로 삼으려 했던 중소기업인들이 "월드컵 특수는 물건너 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상품을 알리고 구매자를 찾아 수출길을 트는 주요 수단으로 전시회나 박람회를 활용한다.
그러나 중기인들에겐 월드컵이 반갑지만은 않다.
중소기업제품의 판로개척에 효자노릇을 해온 여의도 전시장이 폐쇄되고 코엑스의 전시면적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여의도 전시장에는 땅 소유자인 서울시가 민자나 외자를 유치,초현대식 호텔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내년에 전시장을 폐쇄하고 부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여의도전시장을 운영하는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예년같으면 이맘때쯤 내년도 전시일정을 접수할텐데 지금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월드컵이 끝나는 내년 7월까지만이라도 전시장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서울시에 요청했는데 아직 답변이 없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코엑스는 월드컵 기간중 전체 전시면적의 70%가 미디어센터로 활용된다.
이로 인해 다음달부터 내년 7월까지 태평양홀을 제외한 나머지 전시장의 활용이 불가능하게 됐다.
코엑스 관계자는 "최근 신청을 받은 내년도 전시회 가운데 30여건이 배정 받지 못했다"며 "전시회마다 행사일수도 줄어 질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KOTRA는 코엑스 전시장을 배정받지 못해 피해가 심각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KOTRA는 어쩔 수 없이 내년 4월에 여는 서울국제기술식품전을 임시건물인 학여울 전시장으로 옮겨 열기로 했다.
이 기관의 관계자는 "학여울 전시장 개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외 참가자들이 시설 불충분을 이유로 불평이 많다"고 말했다.
월드컵 마케팅에 손발을 걷어붙였다는 정부당국이 정작 경제회생을 위해 사활을 걸고 뛰는 중기인들의 '타는 속'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계주 벤처중기부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