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황의 골이 예상보다 넓고 깊다. '재정 지출 확대냐,감세(減稅)를 통한 민간경제 활성화냐'경기부양 방안을 놓고,재정지출을 통해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정부·여당안과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오히려 세수는 줄이고 민간경제를 촉진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자민련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일본 경제는 1992년부터 97년까지 매년 1% 내외의 성장과 98년에는 마이너스 2.8% 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사상 유례 없는 장기침체국면을 체험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 요인은 한마디로 80년대 이후 누적된 거품경제의 심화와 거품경제 붕괴 이후 부적절한 정부 대응을 지적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80년대 중반 방만한 금융 및 재정정책을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경제 전반에 거품이 확산,심화되었다. 이같은 거품현상 심화과정에서 기업과 금융기관도 과다한 생산설비 확장과 주식 및 부동산 투자 확대에 주력함으로써 경제체질이 크게 약화되었다. 거품현상이 심화하기 이전 조기에 거품을 터뜨려 주는데 소홀했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강화보다는 경기부양책 등을 통해 규제와 보호체제를 지속한 결과 경기침체의 근원적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침체 늪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경제는 91년 이후 최근의 IT산업 퇴조에 이르기까지 불황 없는 지속적 성장과 유례 없이 낮은 인플레이션을 누리고 있으며,경기변동 및 인플레이션 없는 경제를 장기간 구가한 배경에는 우리 경제가 교훈으로 삼아야 할 지속적인 구조조정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초의 불황과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의 정책대응과는 정반대로 경기진작책보다는 극도의 긴축통화정책으로 물가압력을 진정시키는데 주력했으며 금융 항공 통신부문을 시발로 일련의 규제완화를 실시했다. 규제완화에 기인한 경쟁의 심화는 경제전반에 걸친 일련의 구조조정을 유도했고,90년의 불황은 기업들에 구조조정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었다. 특히 철저한 시장원리에 의한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은 80년대 후반까지 지속되었으며,이는 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해 실물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오는 중심축 역할을 했다. 여러 가지 국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내년의 경기변동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렵지만,다수 전문가들은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현재 우리 나라의 경기침체가 내부 요인보다 세계적인 IT산업의 불황과 미·일 경제의 침체 등 외적요인에 상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감안할 때 감세를 통한 국내경기 부양은 한계가 있다. 점증하는 재정적자 규모와 과세기반이 불안한 우리의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법인세율 인하로 줄어드는 세수를 감당할 만한 뚜렷한 세수 확보 기반이 부족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비과세·감면규정을 점진적으로 줄여 세수기반이 확대된 이후 법인세율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 다른 나라와 비교할 경우에도 우리의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은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다수 전문가들의 조심스런 경기진단과 우리의 재정형편을 보더라도 세율인하에 대한 효과 뿐만 아니라 대규모 재정확대를 추진하는 것 역시 경기순환의 관점에서 냉철히 재고해야 한다. 내년에 구조조정채권 및 국채에 대해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이자만도 10조원에 이른다. 공적자금과 국채이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는 공적자금으로 사용된 정부보증채권의 만기가 본격적으로 돌아온다. 매년 공적자금 원금 만기 도래액은 2003년 21조9천2백97억원,2004년 17조7천8백15억원,2005년 17조9천8백9억원,2006년 16조6천3백70억원이다. 건강보험의 재정이 위기에 처해 있고 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도 고질적인 저부담·고급여의 구조적 함정에 빠져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인 경기부양에만 집착해 감세나 무리한 재정팽창을 도모한다면 재정의 안정성이 훼손되고 경제의 장기적,안정적 성장기반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mwlee@korea.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