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마지막 진통을 겪고 있다. 큰 줄기는 대체적인 합의에 도달했으나 유럽연합(EU)이 환경 이슈를 각료선언문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면서 돌발변수가 생긴 상황이다. 하지만 도하 WTO 각료회의 협상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EU의 요구가 뉴라운드 출범을 또다시 좌초시킬 만큼의 중대한 위협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막판 이견조율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선언문 채택 일정이 하루정도 늦어질 수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뉴라운드 출범에 대한 높아진 기대 =도하 각료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뉴라운드 출범이 또다시 실패하면 전세계 무역질서가 엄청난 혼돈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라 나왔고 대다수 WTO 회원국들도 이같은 견해에 동감하는 분위기였다. 이같은 흐름은 실제 협상장에서 그대로 표출되고 있다는게 회의 참가자들의 한결같은 전언이다. 실제 미국이 자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반덤핑 협정 개정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과 일본이 농업분야에서 다소간의 양보가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뉴라운드 출범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른 WTO 회원국들도 뉴라운드 출범을 위해 애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각료 선언문의 자구 하나하나에 매달리다 더 큰 일(뉴라운드 출범)을 망칠 수는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돼 있는 상황이라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각료회의 폐막일이 다가올수록 뉴라운드 출범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3차 선언문 초안이 배포된 것이 이런 다급한 사정을 반영하고 있다. ◇ 막판 진통은 있다 =EU가 막판 변수로 등장하면서 각료회의장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에 따라 각 회원국은 EU가 이번 회의 이전부터 환경이슈를 각료선언문에 포함시킬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회의 막바지에 다시금 환경이슈를 들고나온 진의를 파악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뉴라운드 출범 좌초'를 불러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EU 때문에 뉴라운드 협상이 실패했다는 비난을 감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이미 환경이슈는 당장 협상을 시작하지는 않지만 2단계 협상방법을 적용, 다음번 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WTO 사무국이 EU의 체면을 어느 정도 세워줄 수 있는 묘안을 짜낼 것이라는 분석이다. ◇ 각료회의 성과 =아직 회의가 진행중이지만 벌써부터 이번 각료회의 성과가 적지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조만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중국을 WTO 틀로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중국이 WTO 회원국으로 가입함으로써 시장 개방이 확대되면 세계 무역 전체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함께 진통이 계속되고 있지만 WTO 회원국 모두가 다자간 무역협상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도 이번 회의가 갖는 중요한 성과다. 각국의 이해에 따라 개방의 폭을 조절해 달라는 목소리가 많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전세계 무역자유화를 위한 전향적인 시장개방이 필요하다는 일치된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