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組暴경제'] (6) '조폭' 원조 日本 .. 벤처까지 개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본 주식투자자들이 '인터넷 환상'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 중순 어느 날.
조간신문을 펼쳐든 투자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잘 나가는 인터넷 벤처기업의 전임 사장이 야쿠자와 관련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려 있던 것.
벤처기업 전용 주식시장인 도쿄증시 마더스에 첫 테이프를 끊으며 상장된 리퀴드 오디오 재팬사의 오오간다 마사후미 사장이 장본인이었다.
오오간다 사장은 주식 분배를 둘러싸고 같은 회사의 부하 임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뒤 여죄를 추궁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를 털어놨다.
폭력조직인 야마구치구미(組)의 하부에서 총무부장으로 근무한 전력을 실토한 것.
경찰은 계속된 수사를 통해 그가 기업공개를 통해 끌어들인 자금 30억엔 가운데 상당액을 '조직'에 흘렸다는 혐의도 잡아냈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완전히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안그래도 인터넷 열기가 식어가는 시점에서 오오간다 사장의 야쿠자 연루 사실은 벤처기업 주식시장을 초토화시켜 버렸다.
주가는 연일 폭락했고,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창 뜨는 신생 기업들은 모두 배후에 검은 조직들이 개입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과 의혹이 빗발쳤다.
거래소는 부랴부랴 벤처기업의 상장 기준을 강화하고 심사를 엄격히 한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 사건이 일본 사회에 던진 충격은 엄청났다.
그동안 설(說)로만 떠돌았던 야쿠자들의 벤처기업 관련 사실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습기 많은 곳에 곰팡이 끼듯 일본에서도 손쉽게 목돈을 챙길 수 있는 비즈니스에는 야쿠자들의 손길이 어김없이 미치고 있다.
일본 경찰이 파악하고 있는 대형 조직만도 야마구치구미와 스미요시카이 등 모두 7개에 이른다.
이들 조직은 3천여개의 하부 조직과 9만4천여명의 멤버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법망을 피해가며 유흥업 마약 매춘 무기 밀매 사설 경마 부동산 경매 등의 '상권'을 장악, 거액을 챙기고 있다.
도쿄의 대표적 유흥가 아카사카의 웬만한 업소들이 관할 야쿠자조직에 월 10만엔씩을 '보호비' 명목으로 자진 납부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야쿠자 조직에 이런 보호비는 '껌값'일 뿐이다.
야쿠자들은 조직별로 일정한 관할구역을 나눈 뒤 주류 음료수 등을 업소들에 비싸게 공급해 폭리를 챙기고 있다.
도쿄 경시청의 B수사관은 "도쿄의 유흥업소치고 야쿠자를 외면하고 장사할 수 있는 점포는 없다고 봐야 한다"며 "신주쿠 롯폰기 등 대표적 유흥가는 관할권을 둘러싼 칼부림과 하극상 사건이 심심찮게 벌어진다"고 말했다.
하마은행 종합연구소의 몬구라 다카시 연구원은 "경찰의 단속 강화로 폭력단 인원은 줄어들고 있지만 마약거래 등 활동범위가 넓어지고 수법이 고도화되면서 소득은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지난 98년 한햇동안 야쿠자들이 챙긴 소득은 2조1천2백60억엔으로 28조엔 규모인 전체 지하경제의 7%를 웃돌았다는게 그의 추정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