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공동 주최하는 월드컵이 2백일 앞으로 다가왔다. 세계인들의 큰 관심속에 치러지는 지구촌 축제인 만큼 완벽한 준비를 통해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함은 새삼스럽게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의 상암동 주경기장이 완공됐고,지방경기장 시설들도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주경기장 개장식을 참관한 국제축구연맹 관계자들과 외국인들이 입을 모아 극찬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시설만 완벽하다고 해서 월드컵 축제가 성공적으로 치러진다는 보장은 없다.오히려 시설보다 대회 운영능력이나 교통 관광 숙박 등에 대한 준비가 소홀하게 되면 돈은 돈대로 들고 국가체면만 구기는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우려도 있다. 특히 일본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만큼 모든 면에서 세계인들의 비교 대상이 될 것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대다수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 관광호텔업계가 슬롯머신과 증기탕을 허용해 주지 않으면 월드컵 투숙예약의 전면 취소와 외국인 관광객의 예약도 거부하겠다고 밝히고 자신들의 요구관철을 위한 집단행동에 나섰다. 말하자면 국가대사를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켜 이익을 취하겠다는 것이다. 참으로 황당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관광호텔업계가 경영수지 압박을 이유로 지난 수년 동안 슬롯머신과 증기탕 허용을 당국에 요구해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실제로 근래들어 관광호텔의 휴·폐업이 적지않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그들의 어려움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들의 요구사항과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세계인들의 축제이자 국가대사인 월드컵을 볼모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용납하기 힘든 상식 이하의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월드컵을 차질없이 개최하는데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이 관광호텔업 종사자들이고,동시에 그들의 협조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나면 그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는 곳도 관광호텔업계 자신들이란 사실을 망각하지 말기 바란다. 경영수지 개선을 위한 행정규제 철폐는 그것 대로 충분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히 결정돼야 할 문제다. 성공적인 월드컵 개최를 위해 온 국민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월드컵을 망신시키겠다는 식의 협박성 요구는 즉각 철회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