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고등학교들이 8일 수험생들을 상대로 수능시험을 가(假)채점한 결과 인문계와 자연계를 막론하고 상위권의 경우 지난해보다 평균 30∼40점, 중하위권은 50~60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학교별로 3백70점 이상의 고득점 학생이 상당수 줄어들고 상위권이 3백40∼3백50점대로 내려 앉으면서 일선고교의 입시지도에 극심한 혼란이 예상된다. 반면 재수생들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아 이번 대학입시에서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인다. ◇ 얼마나 내려갔나 =지난해 학교별로 30∼50명정도였던 3백80점 이상 최상위권이 올해는 거의 3백60점대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남녀공학인 서울 강북 B고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3백90점 이상 3명을 포함해 3백80점 이상 학생이 모두 45명이었으나 올해는 단 한명도 이 점수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3백60점대에 6명이 간신히 턱걸이했을 뿐이다. 영등포구의 D여고도 지난해에는 3백70점 이상 학생이 48명에 달했으나 올해는 한명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문계의 경우 성적 하락폭이 더욱 커 3백50점대의 학생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 배화여고의 김호문 진학지도부장은 "평소 3백70점대를 받았던 학생의 경우 가채점 결과 3백47점 정도를 받았고 평소 3백50∼3백60점대이던 학생은 3백10점 이하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풍문여고 3학년 주임교사도 "한반에서 3백50점대 이상의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아는 학생중에는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하고도 최종합격을 걱정하는 학생이 2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목고도 학생들의 수능점수가 대폭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A과학고의 경우 지난해에는 상당수 학생이 3백80점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이들 최상위권 학생이 3백60∼3백70대로 가라앉았다. 지난해 3백80점 이상이 2백40여명에 달했던 C외고도 올해는 작황이 시원치 않다. 5명 정도가 3백80대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30∼40점대 아래의 점수대에 머물렀다. ◇ 재수생은 어땠나 =하락폭은 크지만 대체로 재학생에 비해서는 선전했다는게 입시학원들의 분석이다. 대성학원의 이영덕 평가관리실장은 "평균 얼마정도 떨어졌다고 단언하긴 아직 이르지만 재수생이 재학생보다 덜 떨어진 것만은 분명하다"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재수생과 재학생간의 학력차가 사실로 드러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학원의 유병화 평가실장도 "재수생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아 상위권을 중심으로 재수생 강세가 점쳐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재수생과 재학생 모두 당초 예상보다 하락폭이 큰만큼 이에 맞춰 진학지도의 틀을 새로 짜야 할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유병화 실장도 "이번 입시를 통한 점수대별 수험생 분포는 지난 99년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99년과 같다고 보면 연.고대는 3백40∼3백50점, 서울소재 대학의 마지노선은 2백20∼2백30점에서 형성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