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창립총회에선 서울을 국제적인 비즈니스 중심지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됐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서울은 기회가 많은 도시"라는데 의견 일치를 봤지만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는 홍보 노력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IT 전도사'로 불리는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국 MIT 미디어랩 소장의 의견을 들어봤다. ------------------------------------------------------------------ "한국에 설립될 미디어랩이스트는 차세대 스마트 가전제품,창조적인 문화 콘텐츠,실리콘바이오텍에 대한 연구를 하게 될 것입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첨단기술단지인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미디어랩'을 설립하는 것과 관련해 방한한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미디어랩 소장은 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은 경제가 역동적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리적으로 극동지역으로 진출하는 좋은 관문 역할을 할 수 있어 미디어랩이스트를 설립키로 했다"고 밝혔다. 미디어랩은 지난 85년 미국 MIT대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교수와 제롬 와이즈너 교수가 공동으로 설립한 연구소. 미래의 생활 문화 미디어 등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로 이름나 있다. 현재 아일랜드와 인도에도 연구소를 두고 있다. 다음은 네그로폰테 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에 설립할 미디어랩이스트는 주로 어떤 연구를 하게 되나. "세 가지 연구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이다. 첫번째는 '임베디드컴퓨팅'이다. 사물과 컴퓨터를 연결해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예컨대 찻잔이 있다고 가정하자. 임베디드컴퓨팅이 적용될 경우 찻잔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온도가 어떤지 알 수 있게 된다. 일종의 차세대 스마트 가전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두번째 분야는 '디지털 익스프레션(Digital Expression)'이다. 디지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음악 미술 등 예술적인 콘텐츠를 연구하는 분야다. 상상력을 동원해 디지털 시대에 맞는 방법으로 예술을 표현하는 것이다. 디지털 익스프레션은 중요한 문화 구성 요소로 자리잡을 것이다. 세번째는 '실리콘바이오텍(Siliconbiotech)'이다. 예를 들어 단백질을 실리콘에 부착해 차세대 칩을 만든다. 반도체 공학과 생명공학을 결합한 새로운 연구 분야다" -미디어랩이스트는 어떻게 구성되나. "현재 교육인적자원부 정보통신대학원(ICU)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지만 우선 첫해 10명 정도의 연구진과 석.박사과정 50명으로 출발한다. 2005년까지는 연구진 1백50명, 석.박사과정 1백명으로 늘릴 것이다" -서울에서 미디어랩이스트를 세울 때 장점과 단점은. "우선 장점부터 말하면 한국의 급속한 경제성장, 신기술에 대한 관심을 꼽을 수 있다. 경제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신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 첨단 미래기술을 연구하는 미디어랩을 세우기에 적합하다. 지리적으로 아시아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단점으로는 교육시스템을 들 수 있다. 한국 교육은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암기식 학습에 집중돼 있다. 그 결과 창의력이 떨어지고 똑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인간을 양산하게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디지털 시대에 가장 중요한 창의력이 생기기 힘들다. 한 가지 더 지적한다면 한국인들은 '미친듯이 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일랜드에 세운 미디어랩유럽 직원들은 일을 할 때 매우 적극적이고 공격적이다. 한국인도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아일랜드(미디어랩유럽)와 인도(미디어랩아시아)에 있는 연구소와 서울에 설립될 미디어랩이스트의 차이점은. "미디어랩유럽은 대학이나 큰 그룹과 연결돼 있지 않다. 자체적인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 달리 한국에 설립될 미디어랩이스트는 정보통신대학원과 정통부가 주체가 되고 미디어랩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인도는 아일랜드와 서울의 중간 형태다. 여러 대학과 조직들이 연결돼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DMC가 성공하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DMC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다. 특히 젊은 사람들의 태도가 중요하다. 미국이나 유럽 젊은이들은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자세를 갖고 있다. 한국 젊은이들은 그러나 위험을 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물론 한국이 전쟁과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안정을 선호하게 됐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DMC의 성공 여부도 여기에 달려 있다" -지난 95년에 쓴 저서 'Being Digital'에서 디지털화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한국의 디지털화 수준을 어떻게 보나. "한국은 3년 전과 비교해 놀랄 만큼 달라졌다. 3년 만에 이뤘다는 것을 믿기 어려울 정도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이 가장 많이 보급된 국가다. 2위와의 격차도 엄청나다. 한국은 향후 디지털 시대를 이끌고 갈 주역이 될 것이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 ------------------------------------------------------------------ < 그는 누구인가 > 니컬러스 네그로폰테 소장(58)은 디지털 전도사로 통한다. 지난 66년부터 미국 MIT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68년 인간과 컴퓨터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선구적인 연구를 시도했다. 85년 MIT에 미디어랩을 세우고 디지털 시대를 이끌고 있다. 네그로폰테 소장은 지난 95년에 출판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아톰(물질)의 시대는 가고 비트(정보)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해 전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책은 40개국 언어로 번역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