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부끄러운 교육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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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대학 총학생회는 1일 오전 4학년 학생을 제외한 1∼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유급결의 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초등학교 교사로 채용하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교대학점제'에 반발하기 위해서다.
이에 앞서 대구와 인천 공주 등 3개 교대생들은 지난달 말부터 대학 본관내 총장실에 들어가 총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또 2일과 3일에는 전국의 교대생들이 '파행적인 교사임용정책 반대'라는 명분 아래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1주일간의 동맹휴업으로 시작한 교대생들의 성난 목소리가 이젠 걷잡을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일선 교육현장도 시끄럽긴 마찬가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본부 사무실에서 '11월 총력투쟁 선포 및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발대식을 갖고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전교조는 3일까지 교육현안 해결을 위한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총파업도 불사할 태세다.
이같은 교육계의 갈등은 교수 사회에까지 불똥을 튀겼다.
오는 10일 공식 출범하는 전국교수노동조합은 최근 전교조 교대생들과 연대해 '교육시장화 저지와 교육재정확보를 위한 국민행동'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교육계 전반이 갖가지 대립과 충돌로 한없이 얼룩지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는 제도나 정책은 하나같이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표류하고 있다.
교육현장 곳곳에는 조용한 목소리의 가르침 대신 으르렁거림만 있는 느낌이다.
갈등의 골이 이처럼 깊어지자 전국의 시·도 교육감은 '선생님들께 드리는 당부의 말씀'이라는 담화문까지 발표하고 시위 자제를 촉구했다.
교육은 미래를 일궈가는 역사적 과업이므로 오늘의 현실이 불합리하고 못마땅하다 하더라도 교육을 포기하거나 중단할 수는 없다는게 담화문의 골자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5일 앞으로 다가왔다.
일생일대의 결전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들의 눈엔 이같은 교육계의 어지러운 모습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
"요즘은 누구를 가르친다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라는 한 교사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안재석 사회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