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자원이 풍부한 교육 선진국들은 상아탑에도 예외없이 시장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국가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는 대학은 더 이상 존재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대학들은 학과별로 등록금이 다르고 교수의 급여까지 천차만별일 정도로 학과별 시장원리의 적용이 보편화돼 있다. 학과가 시장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퇴출 위협에 직면한다. "전통적인 인문학과라도 세계수준의 경쟁력을 갖거나 인접 응용학문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다양한 생존노력을 하고 있다"(삼성경제연구원 김은환 수석연구원) 대표적인 국가중 하나가 영국이다. 영국은 IMF 구제금융 3년후인 1979년 대학재정의 지원액을 대폭 삭감했다. 예산의 95%까지 정부의 재정보조를 받았던 대학들이 산업체와의 연구계약, 외국학생들의 입학 등으로 대학의 운영비용을 마련토록 유도했다. 정부는 또 대학을 대상으로 교수업적, 학과영역, 대학의 생산성 평가 등을 실시했다. 평가자문단이 직접 대학의 학과 강의계획서를 검토하고 실제로 강의를 참관하면서 보고서를 작성했다. 대학교수들도 동료교수로부터 평가를 받아 그 결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받았다. 급속한 경제성장을 성취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대학에서도 구조조정 합병 등 기업의 구조조정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다. 이중 가장 성공작으로 꼽히는 것이 인수.합병을 통해 탄생한 통합 저장(浙江)대의 사례다. 통합 저장대는 지난 98년 저장대 항저우(杭州)대 저장농업대 저장의과대 등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탄생했다. 학교가 통합되면서 총장이 4명에서 1명으로 줄었고 처장급 보직교수도 1백여명 이상에서 절반으로 줄어 교수들의 반발이 거셌으나 정부는 통합을 강행했다. 또 매년 교수들을 평가하고 차등상여금을 지급했다. 저장대는 통합 후 2년만에 교세가 급신장, 지금은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과 경쟁을 벌이는 명문대로 부상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