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야심작 "뉴7시리즈"를 처음 만난 곳은 이탈리아 로마 인근의 휴양도시 퓨기(Fiuggi)에 있는 한 호텔. 밤 10시를 넘어선 시각.호텔 정문을 비추는 전등빛과 로마의 달빛을 받고 있는 뉴7의 자태는 14시간 비행기여행의 피로를 잊게 하기에 충분했다. 과거 7시리즈의 품격을 그대로 간직한채 훨씬 젊어진 디자인. BMW가 이 차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한마디로 "젊음"이라는 가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존 7시리즈에 비해 4.5cm 정도 길어진 바디는 스포츠쿠페와 같은 꽉 짜여진 인상을 풍겼다. 후면은 BMW의 전통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는 안으로 깎아놓은 모습(Wedge Shape)을 없앴다는 점에서 약간은 아쉽게 느껴졌다. 하지만 수평으로 넓어진 패널이 눈길을 끌었다. 다음날 아침 퓨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뉴7에 올라탔다.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된 것. 시승차는 은색 745i. 차에 올라타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시동장치와 핸들뒤로 사라진 변속기. 시동장치는 키를 꼽고 돌릴 필요가 없다. 버튼으로 대체된 것. 또 변속기 자리에는 "i드라이브"라고 이름붙여진 컨트롤러가 붙어있었으며 변속기는 핸들뒤에 마치 장난감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핸들에 붙어있는 버튼 두개는 자동차변속기 차량이지만 수동변속기처럼 작동시킬수 있도록 매뉴얼 변속기가 장착돼 있다. i드라이브는 인터넷 접속 등 7백가지 기능을 갖추고 있는 컨트롤러로 영화속에 나오는 자동차에 한발짝 다가섰다는 느낌을 줬다. 차는 퓨기인근 시골길로 접어들었다. 4천4백cc 8기통엔진에서 나오는 가속능력은 가히 스포츠카를 방불케 했다. 또한 구부러진 시골길을 달릴때는 고속에서도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듯한 인텔리전트 샷시 시스템(Dynamic Drive)의 위력을 보여줬다. 손에 든 물건은 흔들리지만 사람의 몸은 그다지 큰 동요를 느끼지 못하는 정도였다. 다만 구부러진 언덕을 올라갈때 바퀴부근에서 나는 소음이 옥에 티라고 할까. 이날 시승의 압권은 로마에서 나폴리로 향하는 고속도로. 액셀레이터를 밟고 있는 발에 점차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1차선에서 앞에 있는 차들을 하나 하나 추월하다보니 속도계는 2백50km를 훌쩍 넘어서 버렸다. 속도계를 보지 않았다면 속도감이 주는 "짜릿함"을 느끼지 못할정도로 핸들이나 차체의 떨림도 없었다. 물론 소음도 무엇인가가 흡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과연"이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속도감에서 빠져나와 브레이크로 밟을 옮겼다. 속도를 1백km로 줄이는 것도 순식간이었다. 급브레이크를 밟는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14개의 센서가 결정적인 순간 터뜨리게 되는 10개의 에어백은 시험해볼 기회가 없었다. 이날 시승은 내년 국내에서도 출시된다는 12기통 6천cc짜리 엔진을 장착한 뉴7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기 충분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