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에는 컴퓨터 황제 빌 게이트도 헛짚었다. 그는 "6백40킬로바이트면 누구에게도 충분할 것"이라고 감히(?) 단언했다. 그러나 세상은 광속으로 변했고 앞으로는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벤처인들의 체감속도는 측정할 수도 없으리라. 신간 "2020년 기업의 운명"(패트리셔 무디.리처드 모얼리 지음, 이재규 옮김, 사과나무, 2만원)을 읽다보면 정말 눈이 핑핑 돈다. 공동저자 중 패트리셔 무디는 최우수생산추구협회가 발행하는 잡지 "타게트"의 편집자이자 유명한 컨설턴트. 리처드 모얼리는 플로피 디스크 발명자이며 컴퓨터디자인과 인공지능 분야의 최고 권위자. 플레버스테크놀리지의 CEO이기도 하다. 이들은 20년 내에 자신만의 고유모델 자동차를 와이셔츠 맞추듯 3일만에 가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제조공정의 모든 연결과정을 생략하는 소프트웨어가 이같은 기술신화의 핵심 무기. 미래 기업은 "우수성 집단"과 "너머지 집단"으로 나뉠 수밖에 없고 유전공학과 복잡계.카오스 이론, 창발시스템 등으로 무장한 사람들만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가장 빨리 성장할 직업으로 컴퓨터 과학, 네트워크, 건강.의료와 관련된 산업을 들었다. 미래학자 조기 길더가 "네트워크 기술은 중앙연산처리장치보다 10배나 앞서 나갈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책의 저자들은 기억용량이 커짐에 따라 그 숫자는 10배 이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들은 기술과 성장성이 뛰어날 것으로 예측되는 분야를 "127개의 와일드 카드(포커의 만능패)"로 정리해 놨다. 너무 바쁜 벤처인들은 이 부분만 골라 봐도 좋을 듯하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