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증권3사 인수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AIG(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 측이 현대증권에 투자수익률 보장 등 5개항을 추가로 요구하고 나선 것은 어느 모로 보나 지나친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나서 곧바로 우선주 발행가에서 한 차례 양보를 얻어내고도 또다시 추가사항을 제기한 것은 무리를 넘어 무례하다는 감마저 없지 않다. 이같은 추가요구의 배경에는 자신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유일한 협상대상이라는 오만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다. AIG측은 이번에 주당 7천원에 인수키로 한 현대증권 우선주의 배당기준을 액면가가 아닌 발행가로 하고 배당을 실시하지 못할 경우 주식배당을 해줄 것을 추가요구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우선주에 대해 현대증권 이사회가 의결한 5년 후가 아닌 1년 후에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줄 것과 5년 후 투자원금의 현금상환 및 현대투신증권으로의 재출자분에 대한 콜옵션 등도 요구했다는 것이다. AIG측의 이같은 새로운 요구들은 투자위험은 전혀 지지 않고 투자과실은 모두 확실하게 챙기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협상과정에서 다양한 요구를 할 수도 있음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AIG측의 이번 추가제의는 누가 보더라도 지나치게 자사이익만을 앞세운 무리한 요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의 협상과정에서도 AIG측에 지나친 특혜를 주었다는 비판여론이 있어 온데다 이번의 추가요구로 증권계 일각에선 '이렇게 해서라도 외국기업에 넘겨야 하나'라는 회의론이 일고 있음을 AIG측도 전혀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테러사태 이후 세계경제 및 금융환경이 더욱 불투명해진 것은 사실이다. 만약 AIG측이 이같은 상황변화에 따라 협상의사가 없으면서 수용하기 어려운 추가제의를 해 본 것이라면 솔직하게 협상중단을 빨리 선언하는 편이 낫다. 이같은 추가제의로 시간을 끈다면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현대 증권3사의 사정은 더욱 어렵게 될 뿐만 아니라 여론이 나빠져 결국 고객이 될 투자자들의 AIG측에 대한 신뢰기반이 약화돼 조기 정상화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럴 의도가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성실한 협상을 통해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이 서로에게 유익하다고 믿는다. 정부도 더 이상 AIG측에 끌려다닐 게 아니라 확고한 원칙과 분명한 한계를 제시하고 될수록 서둘러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