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회장이 측근을 통해 최근의 심경을 토로하는 편지를 한국경제신문에 보내 왔다. 이 측근 인사는 23일 '김 회장의 편지'를 한경 '대우패망 비사' 특별취재팀에 전달하면서 김 전 회장이 빠르면 연내라도 서울로 돌아올 뜻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 "대우 전.현직 임원들의 2심 공판이 마무리되는 대로 해외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은 이 편지에서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많은 고통과 혼란이 초래된 점을 국민들 앞에 엎드려 사죄한다"며 "수많은 경영진과 직원들이 대우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혼자만 빠져 나와 있는 현실은 가슴을 찢는 자괴와 고통"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우의 공과(功過)가 정당하게 평가되지 않고 오로지 매도 일변도로 모든 추악한 비난만이 나를 위시한 대우 임직원들에게 쏟아지고 있는 현실이 슬프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내면서 "내가 국제적 사기한(詐欺漢)이고 대우가 범죄집단이었다면 어떻게 마티즈가 로마시내를 가장 많이 질주하고 있고 대우가 만든 수백척의 배들이 전세계 바다위를 항해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전 회장은 또 "결과는 비록 참담하였지만 나와 수많은 대우가족들은 한평생 '국가 경제의 발전'이라는 일념 외에 어떠한 사심(私心)도 탐하지 않으며 살아'왔다"며 "혹독한 비난과 매도의 세월을 지나면서조차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한편 이 측근 인사는 김 전 회장의 귀국시기와 관련, "김 전 회장은 한때 부하였던 임직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고 있는 상황을 몹시 괴로워하며 일찌감치 귀국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며 "하지만 진행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것 같아 미뤄 왔으며 공판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연말이나 내년초쯤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귀국할 경우 대우 몰락과정과 자금거래 내역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999년말 베트남 대우자동차 공장방문을 위해 출국한 뒤 3년째 해외생활을 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은 현재 기소중지 상태다. 이 인사는 또 "김 전 회장은 건강이 무척 좋지 않아 거의 날마다 통원 치료를 받고있는 상황에서도 회고록을 구상하고 있다"며 "회고록을 통해 대우그룹의 흥망을 조명하고 대우에 대한 세간의 갖가지 오해를 해명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