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의 도지사 전원이 한국의 지방행정과 경제를 배우기 위해 22일 방한했다. 일국의 모든 지방행정기관장이 연수차 한국에 온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정부와 재계에선 이번 방한이 몽골판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인맥 관리'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동방정책은 1980년대 초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가 국가 발전의 모델을 서구에서 한국 등 아시아 경제대국으로 돌린 것을 일컫는 말이다. 공무원 연수기관인 국가전문행정연수원은 이날 오후 4시10분께 항가이 내각관방차관(45)을 대표로 하는 몽골 방한단 23명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고 발표했다. 방한단은 오는 11월4일까지 2주간 국내에 머물면서 이론 수업과 산업현장 견학을 통해 한국의 행정과 경제를 몸소 체험할 예정이다. 방한단중 항가이 차관과 수도 울란바토르의 엥흐볼드 시장(37)은 장관급이며 네르구이(42) 초이질수렝(56) 하얀햐르바(39) 등 21명은 도지사다. 몽골에는 21개의 도가 있다. 특히 엥흐볼드 시장은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며 친딸을 국내 대학에 유학보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단은 23일 한국어 강의를 시작으로 한국 정부의 고위관리들로부터 지방행정,행정조직,공무원 인사제도,농업정책,지역사회론,경제개발전략,위기관리 전략 등에 대해 수업을 듣는다. 이와 관련,방한단은 "한국의 국가발전과 지역개발 전략,행정제도를 배워 몽골의 경제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재계에선 방한단이 몽골내 지한파(知韓派)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고 이들과의 대면 접촉을 위해 구애 작전을 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SK텔레콤 LG전자 현대엔지니어링 등 재계 간부 8명이 25일 간담회를 신청해둔 상태다. 구리 원유 몰리브덴 등 자원이 풍부한 몽골에는 이미 1백여개 이상의 국내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한국은 작년 말 기준으로 몽골의 5대 교역국이자 3대 투자국이다. 26일에는 삼성전자 수원공장,31일에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LG전자 창원공장,마산 자유무역지역이 각각 방한단을 맞는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무총리와 국회의장,행정자치부장?차관 등이 오찬 혹은 만찬을 준비해놓고 있다. 김중양 연수원장은 "몽골 고위공무원들이 연수지로 미국이나 일본 대신 한국을 택한 것은 한국이 몽골의 발전 모델이 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한·몽골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 6월 이한동 국무총리의 몽골 방문 때 바가반디 몽골 대통령의 제안에 우리 정부가 동의해 이뤄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