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19일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3국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 테러참사 이후 급변하고 있는 안보.외교.경제분야에서 새로운 '공조의 밑그림'을 그렸다. 또 이들 3국으로부터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입장을 재확인하는 성과도 거뒀다. 김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날 1시간 동안 주로 논의한 내용은 △미국의 반테러 전쟁과 △대북정책에 대한 한.미 공조방안이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미국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 한반도의 평화적 관계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를 잡기바란다"고 말해 관심을 끌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대화 제의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기회'라고 표현한 것이다. 미국 외교당국자는 부시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방 외교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에 응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평화에 대한 '행동'을 보여주기를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뒤 곧바로 진장호텔로 이동,장쩌민 중국 국가주석과 40여분 동안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장 주석은 "우리는 남북한과 공히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반도 안정을 바라고 있다"며 지난 9월 방북시 김 국방위원장과 나눈 대화내용을 소개했다. 특히 장 주석은 "(방북시) 김 위원장에게 '가는 정이 없으면 도리가 아니다'는 중국 격언을 인용하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을 권유했다"고 밝혔다고 회담에 배석한 고위 외교당국자가 전했다. 이에 김 대통령은 "내년 월드컵 개막식때 장 주석이 서울에 오면 중국이 더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면서 방한 초청을 했고, 장 주석은 수락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김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문제와 꽁치분쟁, 경제협력방안 등 양국 공동관심사에 대해서 의견을 나눴다. 김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지난 8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결과를 듣고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러시아가 건설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김 대통령은 "꽁치문제는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고 푸틴 대통령은 "한국의 어획량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를) 접근하겠다"고 답했다. 상하이=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