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9일자) 우리는 자유무역협정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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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싱가포르가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쟁점을 일괄 타결짓고 20일부터 상하이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기간중 협정을 정식 체결할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우리와 처지가 비슷했던 일본이 FTA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이제 1백42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FTA를 하나도 체결하지 않은 국가로 유일하게 남게 됐다.
물론 FTA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는 점에서 FTA가 하나도 없다는 것 그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하지만 세계화와 지역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21세기 세계경제 질서의 큰 흐름이라는 점에서 왜 유독 우리나라만 FTA가 하나도 없는지 냉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흐름에서 우리만 소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FTA 체결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세계적인 무역자유화와는 별도로 FTA를 통해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가간에만 배타적으로 관세·비관세 장벽을 철폐함으로써 역내교역 촉진을 통한 상호이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런 FTA는 지리적 인접국이나 경제가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나라간에 체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이들 국가간 FTA가 상호이익이 크다는 것이 이론적으로도 검증돼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경우 지리적 인접국인 일본과의 FTA는 학계차원의 논의수준에 머물고 있고,상호보완적 경제구조를 가진 칠레와의 FTA 협상도 3년이 넘도록 타결짓지 못하고 있다.
한·일간 FTA는 심각한 대일 무역수지 적자를 더욱 확대시킬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도 볼 수 있겠으나,칠레와의 FTA는 국민경제 전체의 득실을 떠나 사과 배 등 농산물 생산농가의 반발에 밀려 협상이 중단상태에 있다.
이처럼 FTA는 국민경제 전체에는 이익이나 경제 각 부문간에는 이해가 상충되는 것이 보통이다.칠레와의 FTA는 제조업이 득을 보는 대신 농수산업이 손해를 보게 돼 있는 구조가 단적인 예다. 이런 점에서 국내적 이해상충을 조정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이 전제되지 않고는 FTA가 성사되기 힘들다고 볼 수 있다.우리가 FTA가 하나도 없는 것을 우려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이 FTA를 계속 확대해 나간다면 우리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점점 설 땅이 없어지게 마련이다.
FTA를 둘러싼 국내적 갈등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