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4일 아프가니스탄 공습 8일째를 맞아 목표물을 거의 파괴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아프간의 탈레반 정권이 미국과 반군 세력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외교 전선에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미국은 그러나 탄저병 공포가 전국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전세계에서 반미, 반전 시위가 격화되는 등 국내외에서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다. 미국은 이날 카불 이외에도 정부군과 반군의 전선 부근 등을 공격했으나 지상의저항이 미미해 아프간이 이미 방공망을 대거 상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미군 관계자는 "당초의 공격 목표는 이미 거의 파괴됐고 지금은 1차 공격에서 놓친 목표물들을 소탕하는 정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탈레반 정권은 불리한 전황을 반영이라도 하듯 미국과 반군에 잇따라 유화 제스처를 보내 관심을 끌고 있다. 탈레반내 서열 3위인 하지 압둘 카비르 부총리는 잘랄라바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이 폭격을 중단하고 빈 라덴의 연루 증거를 제시한다면 그를 미국의 영향이미치지 않는 중립적인 제3국으로 인도하는 문제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해 하루전보다는 한층 진일보한 모습을 보였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빈 라덴 인도을 인도하면 공습을 중단할 것이라며 '두 번째 기회'를 부여했으나 탈레반은 거부했다. 부시 대통령은 카비르 부총리의 제의에 대해 "그들이 할 일은 빈 라덴 뿐 아니라 그가 숨겨주고 있는 동료와 테러요원들의 신병을 인도하고 그의 훈련기지를 폐쇄하는 것 뿐"이라고 일축하고 "이 문제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탈레반은 반군 세력인 북부동맹에 대해서도 다시 손잡고 대미(對美) 연합전선을구축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군사 작전의 우위와 달리 국내에서는 탄저병 환자들이 속속발생함에 따라 처음으로 테러와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국민들은 항생제 사재기에 나서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탄저병은 이날 하루에만 플로리다주 언론사 AMI 직원 5명의 추가 감염과 뉴욕시경찰관 및 기술자 3명의 탄저균 포자 노출이 확인됨으로써 이미 사망한 1명을 포함,AMI 직원 8명이 발병했고 뉴욕과 네바다에서도 잇따라 탄저균이 포착되고 있다. 토미 톰슨 보건복지부 장관은 "탄저병 사건들이 알 카에다 등 테러 조직의 소행인 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우편물을 통한 탄저균 살포는 테러 행위와 다름 없다"고강력히 규탄했으며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은 빈 라덴과의 연루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미증유의 세균 테러전이 사실상 시작됐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