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단체수의계약제 존속가치 .. 조하현 <연세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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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5년 이후부터 단체수의계약(이하 단수계약)이라는 제도를 활용,정부 등 공공기관이 중소기업협동조합과 납품계약을 맺고 각 협동조합은 일정 기준에 따라 조합원에게 물량을 배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 123조에 규정한 바와 같이 정부가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러한 단수계약제도는 정부의 입장에서도 조달행정비용 절감 및 협동조합의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쟁제한적인 요소를 갖고 있어 경쟁력을 저하시키며 제도의 운영과정에서 일부 문제가 나타났다는 점을 들어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폐지론자 주장의 기반은 단수계약이 경쟁입찰에 비해 비효율적이며 OECD의 금지권고사항인 카르텔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폐지론자들의 주장은 카르텔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카르텔의 기본요건은 공급자들이 담합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그러한 행위가 시장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러나 단수계약의 가격결정에서 주도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것은 개별협동조합이 아니라 오히려 정부이기 때문에 카르텔로 볼 수 없다.
게다가 적절한 생산능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라면 누구든지 협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으므로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으며,따라서 경쟁제한적이라고 볼 수 없다.
더욱이 단수계약은 강제조항이 아니므로 공공기관은 단수계약 뿐 아니라 경쟁입찰 등 다른 계약방식을 선택할 자유가 있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정부가 물품의 일부를 '중소기업제품 우선구매제도' 및 '단체수의계약제도'를 이용해 조달하는 것은 조달 자체의 목적뿐 아니라 조달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한 경제적 효과, 즉 중소기업육성이라는 효과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폐지론자들이 주장하는 단수계약의 문제점(비효율성 경쟁제한성 등)은 정부조달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무시한 단편적인 비판에 불과하다.
백보를 양보해 비판론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단수계약이 일반경쟁입찰에 비해 공급가격이 높고,경쟁제한적 요인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단수계약제도 자체가 폐지돼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단수계약은 일반경쟁입찰을 통해 얻을 수 없는 거시경제적 효과를 가능케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경쟁입찰이 낙찰받은 소수의 기업에 정부조달의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반면 단수계약은 다수의 중소기업에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주는 제도다.
중소기업 지원의 목적은 이미 우수한 것으로 판명난 소수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현재로서는 취약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들이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판매난과 그로 인한 자금난에 시달리는 다수의 중소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는 경쟁입찰제도가 아니라 단수계약제도라고 할 수 있다.
둘째,단수계약은 정부의 다양한 중소기업 지원정책 가운데 시장의 실패 및 정부의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지원제도다.
앞으로 직접적인 금융지원정책은 WTO규약에 위배되므로 실시하기 어렵다.
그러나 단수계약은 정부의 구매예산 이외의 추가적 비용이 없을 뿐 아니라 시장거래의 일환으로 이뤄지므로 정책시행에 따른 시장교란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다수의 중소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수계약이 카르텔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나무를 보되 숲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경쟁촉진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촉진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지,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단수계약의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단수계약자체의 문제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또 단수계약이 원래 중소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중소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단수계약이 특혜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 또한 잘못이다.
hahyun@bas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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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