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 '고스트 월드(Ghost World)'는 불투명한 미래로 방황하는 미국 현대인들의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쇼핑몰을 맴돌고 패스트푸드점을 떠도는 미국인,나아가 실체없는 유령들에 의해 지배되어 영혼을 잃어버린 채 소비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고스트 월드'는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목적 없이 떠도는 인간 군상과 그 속에서 가위눌리는 현대인을 '유령의 소행'이라는 관점에서 형상화한 기획전이다. 뉴욕에서 발간되는 미술잡지인 '플래쉬 아트 매거진'의 기자이면서 독립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마이클 코헨이 기획한 이 전시회에는 리사 러이터,브래드 칼래머,잭 패더리,코디 최 등 뉴욕 화단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4명이 작품을 출품해 뉴욕의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전시 작품들은 이미지로 보면 미디어아트 등을 이용한 첨단 멀티미디어작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평면회화로의 복귀'를 시도하는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브래디 칼래머는 뉴욕의 유명한 화랑인 다이츠(Deitch)갤러리 전속작가. 리사 러이터와 잭 패더리는 팀 갤러리 소속이다. 국내에도 알려져 있는 코디 최는 뉴욕 젊은 화단의 주류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리사 러이터는 철거현장 빈집 등을 찍은 스냅사진을 캔버스에 투사해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 브래드 칼래머는 인디언 신화 속의 풍경에 들소 무사 해골 여인들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권력들을 유령으로 표현했다. 잭 패더리는 미니멀 아트에 추상을 접목시켜 새로운 추상세계를 보여준다. 소비사회의 로고와 아이콘 등 광고이미지를 작품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코디 최는 대작들을 재해석해 고급미술과 컴퓨터 이미지 복제의 경계를 관찰하고 실험한다. 11월3일까지. (02)511-0668 이성구 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