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가 다음달 부터 민간건설업체가 아파트를 지을 때 전체 공급물량의 20% 이상을 소형아파트로 짓도록 의무화하려는 것은 전월세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집값이 여전히 강세를 보임에 따라 나온 대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폐지한지 불과 몇년 안돼 의무비율을 또다시 적용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주택수급을 왜곡시킨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경기부양을 위해 주택건설을 비롯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서둘러야 하는 마당에 시장자율기능을 규제하는 것은 도대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난 98년초 이 제도가 폐지된뒤 소형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외환위기의 여파로 주택공급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소형주택 물량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줄어,지난 97년에는 연간 건설물량의 40%를 훨씬 넘었던 소형주택 비중이 작년에는 30.4%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의무비율 시행에 따른 미분양물량 누적과 건설업계 경영악화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 재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 전적으로 의무비율이 폐지된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잘못이다. 한가지 주목해야 할 점은 지난 몇년동안 주공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이 민간부문 보다 상대적으로 더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원래 소형주택 건설비중이 높고 의무비율이 그대로 적용되는 공공부문의 주택공급이 크게 줄어든 결과 소형주택이 부족해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같은 시각은 전체 주택건설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의 감소추이가 소형주택 비중하락과 거의 일치한다는 통계수치로 뒷받침 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건교부가 의무비율을 부활시키려는 것은 한마디로 공공부문의 소형주택 공급감소에 따른 부작용을 민간부문에 억지로 떠넘겨 해소하려는 부당한 처사라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택경기 활성화를 위해 의무비율을 철폐하면서 이같은 결과를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는데도 이제와서 전월세난 해소와 집값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워 다시 의무비율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관치경제의 발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누가 뭐래도 집값안정과 서민주택난 해소는 시급한 정책과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적절한 대책을 세워 시장자율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유도하는 노력은 하지 않고 규제같은 땜질식 처방을 동원해 손쉽게 이를 달성하려는 건교부 자세는 절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