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경쟁력이다. 20세기가 품질과 가격으로 승부하는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디자인으로 싸우는 시대다. 동일한 품질의 제품이면서 디자인이 탁월해 3~4배 비싼 가격을 받고 파는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등 이른바 선진국은 곧 디자인강국이다. 7일 세계디자인대회(ICSID) 개막에 발맞춰 선진국 디자인의 강점은 무엇인지,그리고 한국이 디자인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시리즈로 엮는다.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방의 금속 주방용품 가내수공업체로 출발해 오늘날 세계적 고급 디자인 생활용품 업체로 성장한 알레시(Alessi). 장인정신에 예술과 상품 디자인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세계적 명품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 중소기업이다. 1921년 설립된 알레시는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주로 호텔과 레스토랑에 집기류를 공급하던 업체다. 그러나 알레시가 오늘날 최고급 주방 및 생활용품 전문 브랜드로 일반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게 된 것은 70년대 디자이너의 이름을 앞세운 커피 메이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다. 이미 수십년에 걸쳐 고급 레스토랑과 식당에 주방용품을 공급하면서 뛰어난 품질은 인정받았지만 일반 소비자 시장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따라 알레시는 커피가 이탈리아인들의 생활문화에 차지하는 중요성을 활용,커피 메이커로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40년째 커피 메이커 시장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비알레티의 아성을 어떻게 무너뜨리느냐가 관건이었다. 마침내 알레시는 당시 천재적 건축가로 인정받고 있던 리처드 사퍼에게 커피 메이커 디자인을 의뢰하고 2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첫 제품을 출시한다. 시장 반응은 기대이상의 대성공이었다. 이어 82년에는 역시 건축 디자이너인 알도 로시와 손잡고 선보인 커피 메이커 시리즈 두번째 제품 역시 큰 성공을 거둔다. 이같은 디자인 전략은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제품의 부가가치 창출이란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다 줬다. 이와 함께 알레시는 본격적으로 유명 디자이너가 만드는 생활용품 전문업체로 대대적인 방향전환을 한다. 현재 알레시는 접시와 주전자,팬 등 주방 기구뿐만 아니라 벽시계에 이르기까지 기능적이면서 미적 감각이 뛰어난 생활용품들을 연평균 20여종 출시한다. 물론 이들 제품에 알레시 브랜드명과 함께 필립 스탁을 비롯한 유명 디자이너의 서명이 들어간다. 지난 98년 알레시는 가정 생활용품 디자인 작품 전문 박물관을 개관했다. 알레시는 비록 중소기업이지만 전통적 수공업에 디자인이 결합된 전략을 통해 세계적인 명품 업체로서 확고한 자리를 차지했다. 파리=강혜구 특파원 bellissim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