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사상초유의 테러소식을 듣고 백악관으로 돌아오던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대통령 전용기인에어포스원이 테러리스트들의 타깃이니 당분간 백악관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딕 체니 부통령이었다. 이 짧은 전화한통은 부시대통령이 왜 14개월전에 체니를 부통령으로 지명했는지,백악관 관리들은 물론 일반 미국인들이 왜 검증되지 않은 군통수권자(부시 대통령)옆에 체니부통령이 있어야 편안하다고 느끼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국방장관과 비서실장 등을 지낸 체니는 테러리즘 대처방법을 직접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결정이 어려운 위기상황의 돌파요령도 터득한 인물이다. 부시 대통령의 두꺼운 신임도 받고 있다. 부시 현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대통령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고문을 지낸 브렌트 스코크로프트는 "체니부통령은 위기상황에서 항상 현명한 결정을 한다.그는 또 위기에서는 대통령이 강력하고 단호해야 한다는 정치적 필요성도 깨닫고 있다"고 강조한다. 체니는 조직적인 테러에 성급하고 무분별하게 대처했을 경우의 위험도 잘 인식하고 있다. 체니는 부통령 취임후 조용히 뒤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부시 대통령이 있는 곳에 자신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을 극히 꺼려왔다. 하지만 그는 정치역정에서 위기때마다 결정적 "판단메이커"역할을 해왔다. 미국인들의 관심이 체니에게 쏠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