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최고 이코노미스트의 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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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미국경제전망을 놓고 혼선을 빚어 언론의 조롱을 받고 있다.
IMF는 워싱턴 본부에서 26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다가 '미국경기 침체 여부'를 놓고 말을 뒤집은 것이다.
발표자는 최근 IMF에 합류한 조사당담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케네트 로고프. 하버드대학 교수를 지낸 그는 앤 크루거 수석부총재를 보좌하면서 경제분석과 전망을 책임지는 IMF의 핵심인물이다. 그로선 첫 공식회견 자리인데다 경제전망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 많은 기자들이 몰렸다.
로고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테러충격에 관해 "심리적 영향이 크지만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계량화하는 것은 힘들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이미 침체에 들어갔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변,기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그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로 떨어질때 '침체'라는 표현을 쓴다면 미국경제는 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표현은 자신의 직속 상사격인 앤 크루거 부총재가 24일 비교적 낙관론을 펼친 것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게다가 경기침체를 부인하며 소비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미국 정부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으로 비쳐질만 했다.실제 폴 오닐 재무장관은 뉴욕증권거래소를 직접 방문,"주가가 곧 최고치로 올라갈 것"이란 금기된 발언마저 서슴지 않을 정도로 소비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 나온 미국경기가 침체에 빠졌다는 발언은 미국 입장에서 본다면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파격적인 내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로고프는 회견 말미에 자신의 발언을 서둘러 취소했다. 하버드대학 교수 티를 벗지 못했다는 사과조의 발언과 함께 "미국경제는 내년에 V자의 급속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란 낙관론을 펼쳤다.
주요언론들은 로고프의 이날 발언취소 소동을 "최고 이코노미스트,데뷔에서 아연실색하다"란 제목으로 타전했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