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9년 '성체험 고백서'「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와 누드영상집을 발간해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탤런트서갑숙(40)이 2년만에 조심스럽게 안방극장의 문을 두드린다.


오는 10월 8일부터 방송될 SBS 일일드라마「이 부부가 사는 법」(극본 서영명.연출 이영희)을 통해서다.


이 드라마에서 서갑숙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 시시콜콜한 자신의 속내를 모두 털어놓는 카페의 여주인, 강사장역을 맡았다.


"꽉 막힌 답답한 현실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비상구 같은 역할을 해주는 곳이 강사장의 카페에요. 강사장은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는 따뜻하고 애교있는 사람이죠. 오랜만에 출연하는데 마음에 쏙 드는 역할을 맡게 돼 기대가 큽니다."


26일 오후 SBS 탄현제작센터의 한 연습실에서 만난 서갑숙은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담담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드라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유독반짝거리던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서갑숙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서게 된 기분을 묻자 "고기가 물을 만난 것 같다"며"너무 즐겁다"고 했다.


특히 그는 "최근 대부분의 TV프로그램들이 어딘가 뒤틀려있는 듯한 불안한 느낌을 주는데 대본을 통해 살펴본 이 드라마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정통 홈드라마인 것 같아 반갑다"고 강조했다.


2년전 책을 펴낸 뒤, 자신과 주변에서 일어났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한 심경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삶의 중요한 일부인 사랑과 성에 관해 정리가 이뤄져야한다는 생각에 책을 썼어요. 마치 일기처럼 쓴 책이죠. 책을 출간한 뒤에는 큰 산을 넘고, 넓은 바다를 건넌 듯한 기분을 느꼈어요. 한동안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하면서 여러가지 사소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전에는 몰랐던 일상의 기쁨을 새록새록 느끼면서 살고있습니다."


그는 현재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에서 '친구'같은 어머니와 두 딸과 함께 '12가지 야채를 재배해서 먹고 사는'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서갑숙은 에세이집 출간 직후 KBS 청소년드라마「학교2」에서 중도하차하는 등 한동안 활동을 중단했으나, 지난 해부터 영화「봉자」에 출연하고, SBS FM「러브FM,러브뮤직」을 진행하며 안방극장 외곽에서 서서히 활동을 재개해왔다.


그는 무엇보다 라디오 진행에 커다란 무게를 두는 듯 했다.


이뤄지기 힘든 사랑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의 '어설픈' 상담사가 돼주면서, 자신도 사랑에 관해 다시 한번 진지한 생각을 하게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


최근에도 일상에서 느끼는 감상을 틈틈이 메모로 남기고 있다는 그는 얼마전「향기신화여행」(가제)이라는 기행에세이집을 탈고했다고 했다.


프랑스와 그리스를 여행하면서 향기 및 신화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했다고.


스스로 이 여행을 '인간의 원형을 찾아서 떠나는 여행'이었다고 명명한다.


"사람들은 아직도 저한테「나도 때로는…」의 속편을 기대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제가 관심있는 것을 소재로 책을 쓰고 싶을 뿐이죠."


서갑숙의 최근 관심사는 건강한 생활이었다.


경락마사지, 아로마테라피 등을 공부하고, 매일 가벼운 운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연기생활은 그의 삶에 있어서 언제나 가장 중요한 화두다.


"이제는 바깥으로 나왔으니까, 적극적으로 제 모습을 내보이고 싶어요. 좋은 작품만 있다면, 영화건 연극이건 가리지 않고 출연할 생각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최승현기자 vaida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