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폭락세를 보인 것은 무엇보다 암울한 세계경제 전망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군사공격에 따른 상승 요인보다 경기둔화로 인한 수요 감소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의미다. 유가하락은 인플레 진정효과를 유발,각국의 추가금리인하 여지를 넓혀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세계경제 회복 시기를 앞당기는 촉매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락원인=불투명한 세계경제전망이 주원인이다. 그동안 국제유가는 '국제대형사건발발-유가급등-경제둔화심화'라는 전형적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세계경제가 이미 침체의 문턱에서 서성대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테러사태로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1일 테러발생 직후 급등세를 보였던 유가가 최근 6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2년만의 최저치인 배럴당 22달러까지 떨어진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테러발생 직후 '유가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표명,불안감을 진정시킨 것도 유가하락의 한 요인이다. 미국의 '테러전쟁'이 이슬람국가 등으로 확대되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유가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영향·전망=유가하락은 세계경기 회복 시기를 앞당기는 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유가하락으로 물가가 안정되면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미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올 들어 잇단 금리인하로 심각한 인플레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원유 수입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수혜가 클 전망이다. 체이스맨해튼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하락하면 아시아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이 0.6%포인트 높아지고 인플레는 0.5%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유가하락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전통적인 성수기인 겨울철을 앞두고 있는 데다 미국의 군사공격 형태도 변수다. ABN암로은행의 애널리스트 풀 애시비는 "미 경기후퇴와 전세계적 경기악화로 유가가 급락했지만 미국의 군사공격이 시작되면 수급차질 우려로 다시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OPEC는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정례회의를 갖지만 산유량 조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