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의 미 테러 공격 배후조종 증거를 2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제시할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금주말을 전후로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반인에까지 라덴에 대한 증거가 공개될지는 불투명하다. CNN은 "미 국방부의 폴 울포위츠 부장관이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나토 회원국의 국방장관들을 만나 라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할 예정"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증거 제시'는 미국의 아프간 공습에 어느 정도의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증거 공개' 없이 미국이 아프간을 공격하는 것에 대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파월 장관은 지난 23일 처음으로 미 정부의 증거공개 방침을 밝히면서 파키스탄의 증거에 대한 요구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었다. 파키스탄으로서는 자국내 이슬람세력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라덴이 배후조종자라는 명백한 증거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4일 부시 대통령은 "증거 공개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해 한 발 빼는 모습을 보였다. 증거가 공개될 경우 정보취득 방법이 드러나 정보수집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행정부 내에서는 이같은 주장과 국제적 지지를 얻기위해 증거를 공개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시 행정부가 증거공개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선 데 대해 아직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7일 미국이 나토에 제시할 증거의 신빙성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토가 이 증거에 대해 얼마나 수긍할지에 따라 나토의 군사행동 수위가 결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눈길을 끄는 건 나토 국방장관들의 모임이 당초 30일로 예정됐던 회담이라는 사실이다. 회담 일정을 앞당기면서까지 미 정부가 증거를 제시하려고 하는 데에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아프간 공습시기에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때마침 27일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아프간 주변의 중앙아시아 국가 순방을 끝내는 날이다. 더욱이 유엔(UN) 총회가 오는 10월1일로 예정돼 있다. 이란이 유엔 주도의 대테러연대에만 동참하겠다고 밝히는 등 유엔이 앞장설 것을 주문하는 나라들이 많아 총회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있다. 총회에서도 라덴에 대한 증거의 신빙성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아프간 공습을 위한 실전 배치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러시아의 영공 개방 등 군사지원 선언으로 영국과 함께 주요병력을 아프간 주변으로 집결시키기 시작한 미국은 든든한 후원군을 얻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