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 시내 곳곳에 웅크리고 있는 암달러 시장 분위기가 냉랭하다. 달러만 보면 런민비(人民幣) 돈 뭉치를 풀고 달려들던 환전상 아주머니는 달러를 제시해도 별로 반기는 기색이 없다. 그는 "달러시세가 떨어지고 있어 재미가 없다"고 한숨짓는다. 2년 전엔 암시장에서 1백달러를 주면 런민비 8백85위안(元)을 바꿀 수 있었다.지금은 8백20위안도 받기 어렵다.은행의 전신환 매입가격보다 오히려 낮다. 덕분에 아시아 금융시장을 괴롭혔던 '위안화 평가절하설'은 꼬리를 감춘지 오래다. "달러 값은 올 들어 완만한 하락세를 보여왔다. 그런데 미국 테러사건 직후 크게 떨어졌다. 한때 8백15위안에 거래되기도 했다" 아주머니는 "미국 테러사건과 중국 암시장이 어떤 관계가 있느냐"고 물으며 최근 위안화 시세를 설명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테러사건 이후 중국에서는 묘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이 경제적인 반사이득을 챙길 것이라는 분석이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제기되고 있다. 은행시세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암달러 시장은 이를 보여주는 현장이기도 하다. '중국 반사이득론'은 이번 테러사건으로 미국이 자랑하던 '안정투자의 철옹성'에 금이 갔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해외 투자자금은 보다 안정적인 곳을 찾게 될 것이고, 중국으로 흘러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해석이다.특히 중동계 자금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안정적인 경제성장 지속,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제사회에 대한 강한 포용력 등이 그 근거다. 홍콩 살로먼 스미스바니의 시장분석가인 폴 차닌은 이를 두고 "중국은 21세기 최고 '위험회피항구(避風港)'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홍콩증시에서 감지된다.WTC 테러사건 이후 세계 증시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홍콩증시의 'H주(중국 국유기업 주식)' 'R주(중국자금 기업 주식)'는 오히려 올랐다.두 주식은 테러사건 이후 각기 6%,4%씩 상승했다. 미국이 테러집단을 응징해 정의를 세우겠다고 힘을 과시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실리를 챙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