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끌어오며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대우자동차 매각 양해각서가 마침내 21일 체결돼 본격 실사단계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해 포드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매각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을 겪었지만 매각가격과 조건 등으로 볼 때 이번 GM으로의 매각은 성사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계약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큰 부담을 덜게 됐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GM의 대우차 인수가 국내 기존 완성차업체들의 실적에 당장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헐값매각시비'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대우차의 현 상황과 미래를 고려한다면 반드시 헐값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굿모닝증권 손종원 애널리스트 = 이번 협상으로 GM은 실리를, 정부는 고용, 부품공장 유지라는 명분을 얻었으며 우리 경제는 큰 짐을 하나 던 것으로 평가된다. 매각가가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고 GM이 현금은 4억달러 밖에 안넣지만 헐값매각이라고 볼 수는 없으며 용인할만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된다. 협상이 결렬되면 채권단은 12억달러보다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현대차 등 완성차업계도 부담을 나눠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은 현대차나 기아차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경쟁자가 나타난 점은 부정적이지만 협상이 결렬됐을 경우 위탁경영을 맡을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증시 전반적으로는 이번 미 테러사태만 없었다면 구조조정 관련 불확실 요인을 하나 제거했다는 점에서 매우 호재가 됐을 것이다. ◆ HSBC 이석제 애널리스트 = 금융시장에는 긍정적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매각대금에 대해 헐값시비가 제기될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대우차의 생산능력,설비 등을 감안하면 우세한 입장에 있는 GM이 다소 '가격 후려치기'를 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은 외견상 정황을 볼 때 그럴 뿐이다. 대우자동차는 경쟁사와의 라인업이나 제품개발상황 등을 놓고 볼 때 현 상태로는 장기생존이 어려운 상태로 결국 GM이 이를 인수해서 살려내야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GM이 부담을 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국내 자동차산업에 대한 영향을 볼 때 현대와 기아자동차에 당장 손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대우차의 라인업과 제품개발력으로는 현대-기아차와 당장 대등한 경쟁이 어렵고 GM이 독자모델을 들여와 생산하려면 최소 2∼3년의 시간은 소요되기 된다. ◆ 삼성증권 마크 바클레이 애널리스트 = 이번 협상은 향후 잘 진행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양해각서이기 때문에 잘못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유념해야한다. 또 매각 가격이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지만 채권은행과 정부로서는 GM외에 다른 협상대상이 없으므로 그렇게라도 매각하는 것이 더 낫다. GM 입장에서는 그나마 인수가격도 신설법인의 영업이익으로 갚아 가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거의 아무런 위험부담 없이 대우차를 인수한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면 단기적으로 시장점유율 하락 영향을 받겠지만 미국 지역 수출로 충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며 주가도 이번 미 테러사태영향으로 너무 빠졌기 때문에 더이상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LG투자증권 최대식 애널리스트 = 대우차 매각성사로 일단 그간 금융시장에 지워졌던 큰 부담을 덜어냈다는데는 긍정적이다. 자동차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GM이 대우차를 인수해도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GM이 대우차를 정상화시키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대우차의 기존 라인업 등을 감안할 때 설사 GM이라 하더라도 기존판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GM의 대우차 인수후에도 대우차와 경쟁하는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GM과 경쟁하지만 적어도 내수시장에서는 GM의 경쟁우위를 장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시장에서의 경쟁은 심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현대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 = GM 입장에서 12억달러의 인수대금이 헐값인지 아닌지는 대우차를 인수한 후 얼마나 빠르게 대우차를 정상화시켜 잃었던 국내 시장점유율을 되찾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에 한 마디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GM은 국내 영업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수조건을 가급적 유리하게 제시할 것이다. 대우차의 군산 및 창원 공장의 연간매출은 2조7천억원으로 추정되며 단기적으로 GM이 국내 시장점유율의 확대를 통해 10% 정도 매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연간 3조원의 매출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GM이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와 경쟁하며 현대차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다고 가정할 때 GM이 대우차 군산, 창원설비 인수를 위해 지불할 수 있는 최대투자규모는 17억7천만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즉 GM이 동 설비 인수를 위해 12억달러만 투자할 경우 국내에서 영업이익률을 5.0%만 올려도 손실은 없을 것이고 그 이상 갈수록 이익의 규모가 커질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jsking@yna.co.kr